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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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아시는가. ‘연극이 끝나고 난 뒤~’로 시작하는 가사의 첫 소절 때문에 노래 제목을 달리 기억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 곡은 ‘세월이 가면’의 가수 최호섭씨의 형인 최명섭씨가 쓴 곡이다.

1980년 제4회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샤프’가 불러 은상을 수상했다. 낮고 무게 있는 리드보컬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재즈풍의 선율이 일품이다.

특히 이 곡의 가사는 객석에 앉아 텅 빈 무대를 보는 관객의 시점과 무대에 앉아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배우의 시점이 교차하면서 연극이 끝난 후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오해는 마시라. 필자는 1980년 대학가요제를 기억하는 세대가 아니라 1996년에 발표된 김현철의 ‘연극이 끝나고 난 후’를 듣고 자란 세대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보경 배우가 영화 ‘친구’에서 레인보우그룹의 보컬로 이 노래를 부른 장면도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20대 대선이 끝났다. 이번 대선을 굳이 연극에 비유하면, 주연배우 2명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쟁하고 마지막에 관객이 배우를 선택해 엔딩을 결정하는, 열린 결말을 예고한 연극이었으리라.

연극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막장드라마도 이런 막장드라마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진지하고 철학적인 담론을 기대하고 입장한 관객은 물론이고, 연극에 큰 흥미가 없던 차에 우연히 입장한 관객까지도 이 무슨 해괴한 연극인가 하고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더욱이 이 연극의 엔딩은 끝까지 관람한 관객이 직접 정해야 한다니, 이런 신비로운 연극이 또 있을까 싶다.

해괴한 연극이었더라도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갔으며,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했다. 또 자신이 원하는 엔딩을 보기 위하여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엔딩이 가까워지면서 관객은 두 명의 주연배우를 따라 극명하게 대립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테규가문과 캐퓰렛가문처럼 반목했고, 관객은 두 동강이 났다. 훌륭한 조연배우들은 아예 잊혀졌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연극은 역대 최고까지는 아녀도 근래에 보기 드문 흥행을 기록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연극이 끝나고 ‘모두들 떠나버린 무대와 객석에 정적만이 남아있고, 고독만이 흐르고’ 있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연극의 엔딩이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우리는 다시 일상을 마주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모든 작품은 대중에게 ‘인상(印象)’을 남긴다. 심지어 일부 관객은 ‘상흔(傷痕)’이 남았을 것이다.

그 인상과 상흔들은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곧 다음 연극이 예정돼 있다. 다음 연극에 오를 배우들은 관객들이 이번 연극을 보고 마음에 각인한 ‘인상’을 잘 헤아려보시기 바란다. 부디 막장드라마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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