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맨 신고했더니 왜 신고하냐던 선생님
"왜 남자애들 번호가 여자애들보다 앞이야?"
'하복 착용 시 반드시 흰 속옷을 착용할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올해 3월 8일은 114번째 세계 여성의날이다.

세계 여성의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던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한국은 2018년 3월 8일부터 법정기념일로 '여성의날'을 공식 지정했다. 이후 3월 8일마다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나누며 여성의날을 기념한다.

현재 한국 여성 청소년에게 여성의날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릴테다. 그들은 아직 사회에 나오지 않았고,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여성의 참정권은 보장돼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생활하는 교실에서 어떤 차별을 받아봤습니까’라고 질문을 바꿔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교실은 그들에게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다음은 여성의날을 맞아 여성 청소년이 학교에서 겪은 부당함을 인터뷰해 정리한 글이다.<기자 말>

여성의날 이미지.(사진출처 UN)
여성의날 이미지.(사진출처 UN)

바바리맨 신고했더니 왜 신고하냐던 선생님

인천에 사는 중학생 A양의 어머니는 최근 반가운 우편물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딸이 친구와 같이 신고한 바바리맨이 붙잡혀 검찰로 송치됐다는 통보서였다. 검찰송치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었나 싶었지만, 반가운 일은 반가운 일이었다.

A양의 어머니는 A양에게 “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하게 변하겠다”며 격려를 했지만, A양의 반응은 달랐다. 

A양이 바바리맨을 목격해 신고하는 과정에서 그리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바리맨을 신고한 다음날 A양의 학교 담임교사는 A양을 불러 ‘너희들이 경찰에 신고했니? 너희 때문에 경찰에서 연락오고 학교도 귀찮게 됐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A양의 어머니는 “학교측의 ‘귀찮게 됐다’라는 반응은 부당함에 맞서 정의로운 행동을 한 학생들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피해자를 탓하거나,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성인지 교육을 받고 있지만,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선량한 차별주의자’처럼 차별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차별을 보지 못하는 때가 많아 아이들에게 차별을 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교실 모습.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교실 모습.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엄마 왜 남자애들 번호가 여자애들 번호보다 앞이야?"

또 다른 중학생 B양의 어머니도 딸으로부터 심심찮게 차별을 당했거나 목격했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B양은 초등학교 6학년 1년 내내 담임교사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군대를 가면 외롭고 힘들다’며 ‘임신하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했고, B양은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털어놨다.

체육시간에 여자애들을 병풍처럼 세워놨다는 얘기, 체격이 큰 여자아이에게 담임교사가 ‘여자야? 남자 아니야?’라고 했다는 얘기 등을 들을 때면 B양의 어머니는 학교를 보내는 게 맞는가도 생각했다고 한다.

한번은 B양으로부터 ‘엄마 왜 남자애들 번호가 여자애들보다 앞 번호야?’라는 질문을 들었다. B양의 어머니는 우선 “편의상 그런 것일 수도 있어”라고 답했지만, ‘왜 주민번호는 남자가 앞일까’라는 생각이 뒤따랐다고 한다.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여성들.(사진제공 패미액션)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여성들.(사진제공 패미액션)

'하복 착용시 반드시 흰 속옷을 착용할 것'

B양이 중학교 입학하고 ‘교복 착용 매뉴얼’를 봤을때 B양의 어머니는 놀랐다. ‘하복을 착용할 시 반드시 흰 속옷을 착용할 것’이라고 써 있었기 때문이다.

B양의 어머니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남학생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그룹을 지어 성교육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학교에서 시키는 성교육이 실효성이 없느니, 따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B양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여가부 폐지’, ‘여경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은 이미 오래됐다”며 “제가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속옷 색까지 규정하진 않았는데, 젠더문제에 교육이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선생님이 바로 잡아줘야 한다”며 “교직원들도 전문적인 성교육을 받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희(정의당, 비례) 인천시의원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느끼지 않게 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교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바뀔 수 있을까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토론 역시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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