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변호사 법무법인 위공(여의도ㆍ송도)

인천투데이|

2017년 정초선거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여의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여의도) 대표 변호사

<시사저널>에 몸담았던 천관율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대선을 '정초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천관율의 줌아웃, 미지북스). 정초선거란, 한 사회의 정치지형이 그 선거를 계기로 확정되는 선거를 말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초선거는 1932년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대선이다. 천관율 기자는 한국의 경우 2017년 선거를 계기로 이제 한국도 영-호남의 대립이 아니라 세대별 투표형태가 확립되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20, 30, 40대의 민주ㆍ진보적 경향과 50대 이상의 보수적 경향이 확립돼, 1987년 정초선거지형이 변해 앞으로는 민주당 우위의 정치 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조국사태’로 민주당이 수세 국면에서 치른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는 결과를 목격했을 때 천관율 기자의 전망이 그대로 사실이 되나 싶었다. 사실 민주당이 180석을 감당할 만한 내공을 아직 준비 못한 게 문제일 뿐이지, 이 방향성 자체는 장기적으로 한국정치가 흘러갈 방향에 가깝다. 

민주당 그 실체는 보수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보수정당으로 안정화된 가운데, 내용적으로 극우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왼쪽의 정의당이 민주당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비판하고 타협하는 구도. 이게 한국 정치가 미래로 나아갈 정방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주류 보수정당 민주당 시대에 대한 반발

당연히 대한민국이 이 정치 궤도에 진입하면 기존의 이익을 빼앗기는 집단들이 있다. 구 기득권세력 가운데 의외로 검사 한명이 돌출행동을 시작했다. 검찰총장님이셨으니 뭐 단순한 일개 검사는 아니다. 

윤석열 검사. 그는 한국사회의 공익을 대변하는 검찰에 대해,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이 팔다리를 자르고 개혁을 운운하는 데에 심한 불편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검사의 일상을 지내던 윤석열 검사가 최초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자신이 모시던 '특수통 선배' 채동욱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래 김학의(별장 성추문 사건의 그분) 대전고검장 등 자기 쪽 사람을 총장으로 앉히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김광준 고검 검사가 대기업의 뇌물을 수수하는 등 여러 불미스런 사건으로 검찰개혁 여론이 강하게 부각해 할 수 없이 외부추천 인사로 채동욱 총장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조작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혼외자 문제'를 터트려 망신주기 방식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윤석열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이었고, 채동욱 총장의 특명에 따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채동욱 총장의 지시만을 따를 뿐, 서울중앙지검장이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지휘계통을 무시하며 수사에 임했다. 

그리고 채동욱 총장이 사퇴하자 "호위 무사 한명 쯤 따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한직을 돌았다. 그 뒤 채동욱 총장과 특수통 라인을 배제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해 ‘박근혜 탄핵사건’을 철저히 수사함으로써 특수통을 무시한 데에 보복을 이뤘다. 

문재인 정부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하자, 그 징계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윤석열 후보를 변호한 사람이 이완규 변호사다. 이완규 변호사는 검사출신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법원ㆍ검찰개혁에 철저한 반대 입장을 제기한 검찰주의이론의 대부 격인 사람이다. 

이는 윤 후보가 현 정부와 어떤 부분에서 대립각을 세우게 됐는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즉,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 총장을 찍어낼 때 정부에 가졌던 반감과 완전히 동일한 감정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분리와 공수처 신설 등 검찰권한 축소정책에서 느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민주당 반대편에 서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장비의 무용도 진나라 통합 순리를 이길 수 없어

민주당 우위의 정치구도가 확립돼 가던 2017년 정초선거 이후, 20대 일부가 페미니즘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에 보수화 하고, 30~40대가 부동산정책 실패에 민주당 심판론으로 돌아서며 정권심판론에 여론이 다시 쏠려 있다. 

여론조사는 매일 바뀌고 안철수의 후보 사퇴로 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대선 판국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국민들은 그가 민주당을 심판할 칼잡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주택정책 실패와 페미니즘 논란이라는 출렁임 위에서 윤석열 후보가 자신만의 검란을 계속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내부에 민주당에 대항할 대선후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민주당의 정책을 개선할 다른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삼국시대 장판파에서 조조의 대군을 혼자 막아낸 장비의 무용은 전설적인 것이다. 하지만 긴 역사에서 보면 장비는 한에서 진으로 이어지는 혼란기에 잠시 다리 하나를 지켰던 장수에 불과했다. 

국가 개혁의 내용을 더 섬세하게 다듬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개인기는 결국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이제 내일 사전투표와 6일 뒤 본 투표를 앞두고 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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