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계양산은 인천을 대표하는 산이다. 계양산(395m)은 강화도 마니산(472m) 등을 제외하면 인천에서 여섯번째로 높고, 인천 내륙에선 가장 높다. 산세도 험하지 않아 주말마다 시민이 즐겨 찾는다.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인 계양산은 수년간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될 위협에 처했었다.

계양산이 개발 위협에 휩싸인 것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고 신격호 회장 명의로 1974년 계양산 북측 257만㎡(약 77만7425평)을 사들인 뒤, 1989년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다.

2009년 안상수 전 시장이 재임하던 때, 시가 계양산에 골프장 조성이 가능하게 땅을 도시관리계획 상 체육시설으로 변경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이 때 계양산을 지킨 건 인천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였다. 이들은 골프장 예정지 내 나무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삼보일배 행진, 촛불집회 등을 지속해서 개최했다.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시는 민선 5기 송영길 시장 취임 후 골프장건설계획을 철회하고 그곳에 시민자연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불복한 롯데는 2013년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5년간 법적 다툼 끝에 2018년 대법원이 롯데가 제기한 상고심 소송을 기각하면서 골프장 개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2020년 롯데는 또 해당 용지에 수목원을 조성하는 것을 검토했다. 다시 한번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고, 수목원 사업은 전면 취소됐다.

이처럼 계양산이 개발위협에 자주 처하는 이유는 계양산 전체 면적의 60%가 개인 등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계양산의 총 면적은 384만㎡인데, 이중 257만㎡가 개인 소유지이다.

시는 계양산 시민자연공원을 조성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계양산을 매입하고 매입 이후 공원까지 조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민들이 다시 등장했다. 시민들은 계양산 일부라도 매입하자며 2011년 계양산보전을위한한평사기운동본부를 발족했다.

계양산보전운동본부는 출범 이후 계양산 진산제, 콘서트, 산행, 저금통 배포 등 모금활동을 했다. 개인 317명과 단체 70곳이 기부해 지금까지 총 6200여만원이 모였다.

이 운동본부는 지난해 10월 계양산 보전을 위한 제2차 시민행동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계양산 한평사기 운동은 10년째 이어졌다.

시는 계양산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계양산 보호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6월 마무리 할 예정이다.

아무리 사유지라 한들, 계양산을 개인의 소유라고 볼 수 있을까. 대기업의 사리사욕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고 수많은 생명이 자라는 산을 허물 수 있을까.

롯데는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계양산 용지 기부를 고려해봐야 한다. 하지만, 롯데의 인천 홀대는 익히 알려져 있는터라 하지 않을 것 같다. 

시는 계양산 내 롯데 일가가 소유한 땅을 어떻게 매입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공원 조성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온전한 주도권을 줘야 한다. 16년간 계양산을 지켜온 시민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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