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텔레비전 뉴스와 포털사이트의 기사에선 대선 후보들이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후보들은 연일 무엇을 하겠다, 공약을 이야기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의 자리는 거대 양당 후보들의 개인사로 채워졌고 자극적이고 연속적인 언론 보도는 없던 관심도 생기게 만드는 마술을 부렸다.

민주주의는 본래 시끄러운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져 물으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대선 이슈들이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과 어떤 이해관계가 있나 생각해보면 물음표만 떠오른다.

나는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 청년, 시민이다. 여성이 겪는 구조적 차별과 사회적 위험 앞에 놓여있으며, 저성장 시대의 취업난, 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려있고, 서울과 가까워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인프라를 가진 인천에 살고 있다.

이런 나에게 필요한 정책은 좀 더 안전한 일상과 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것,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사회안전망 구축, 인천의 공적 인프라 강화 등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외쳐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문은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국내 청년단체 38개와 함께 지난 해 11월,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한두 가지를 해결하고 그칠 사안이 아니다.

청년의 삶터에서, 일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의 답이 필요하다. 그래서 청년의 주거·노동·기후·지역·젠더 등 포괄적 영역에서 불평등을 드러내고 이에 대한 후보들의 답변과 토론회를 제안했다.

한국 사회에서 수년간 뜨겁게 이야기되던 이슈들임에도 답변을 받지 못한 질문들이 많았고,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는 토론회 참석 여부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2월 10일 기준) 청년문제를 함께 논의할 시간도 없는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제껏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삶의 모든 순간에 겪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 고단함에 대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 손 내밀지 못했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 대신, 취업 준비를 더 열심히 하라는 시간과 돈을 줬고, 주거가 열악한 청년에게 더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해줬고, 여성 청년의 불안과 공포에 구조적인 건 아니라며 선을 그었고, 심화된 청년의 생존경쟁을 젠더갈등으로 바꿔 불평등한 현실을 가렸다.

청년들은 이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초단시간 노동,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꿔낼 방법, 집이 없는 청년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방법, 청년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을 막아내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제정 여부, 양극화의 심화로 불평등이 격화된 한국 사회의 대안이 무엇인지 묻는다.

하나도 새로울 리 없는 질문이지만, 여전히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이 질문에 정치권이, 한국사회가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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