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인터뷰] 강정 해군기지 반대 집회 참석 후 입국 거부된 ‘토미야마 마사히로’씨

▲ 2008년 11월 8일 현재 오키나와 헤노코 탄약창기지 인근에서 헤노코 해상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농성을 1665일째 벌이고 있는 오키나와 반전 평화 활동가 토미야마 마사히로.<부평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인권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외국인 입국 불허가 증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사토 다이케스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의 입국이 불허됐다. 이유는 핵 안보 정상회담 때문이었다. 지난 4월에는 마리오 다마토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사무총장과 쿠니 나이두 국제사무총장 등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대체 에너지와 원전 문제 등을 토론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입국심사에서 입국이 불허됐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국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입국을 불허했다. 지난달에는 미셀 카투이라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의 입국이 불허돼 강제 송환됐다.

또한 <오키나와 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음악인 우미세도 유타카씨가 지난 4월 2일 제주 4.3항쟁 위령제와 강정 해군기지 반데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입국이 불허됐다. 일본 반전평화 활동가인 토미야마 마사히로씨도 4월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왔지만, 입국이 거부됐다. 한국 당국은 입국 불허 이유를 일절 고지하지 않았다. 토미야마씨는 90년대 후반부터 매년 4~5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 토미야마씨는 4월 9일 오키나와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이상한 사태이다”라며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한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성명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과 강정 지킴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와 표현의 자유 탄압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주민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 제기와 항의는 모든 시민의 당연한 헌법적 권리로, 위법이 예상된다고 예단해 경찰이 예방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명백한 탈법이며, 법치의 근본을 흔드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일본 반전평화 활동가 야기류지씨도 지난 3월 31일 제주국제공항에 5시간 넘도록 억류된 뒤 강제송환 조치됐다.

<부평신문>은 지난 4월 6일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된 토미야마씨로부터 입국 불허 과정과 이에 대한 생각을 이메일을 통해 들어보았다.

토미야마씨는 먼저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전쟁 시기에 강화돼 오늘까지 미군의 주둔이 이어졌으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라고 한 뒤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수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한국 민중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민중 연대가 필요하며, 한국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 깊은 감명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토미야마씨는 자신의 입국 불허에 대해선 “이명박 정권의 여유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권적인 정치 수법으로 이런 강권적인 모습이 제주 강정 주민에게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왜 반대하냐는 물음에 대해선 “오키나와도 미군이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선두에 선 주민들의 고뇌와 고생을 눈앞에서 봐왔다. 거대 권력에 의한 억압적, 폭력적인 횡포에 대해 분노하는 입장에서 한국의 억압적, 폭력적 기지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토미야마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한국에 입국하고 싶다며, “입국 불허는 상부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한국 출입국관리소 직원에 대해서는 개인적 원망 같은 것은 없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줘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출입국관리소 측은 20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통화에서 “입국 불허 결정은 우리뿐 아니라 관계 부처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해서, 법무부 장관이 등재한다”며 “우리뿐 아니라, 검찰ㆍ경찰ㆍ세무서 등에서 요구를 하면, 입국 금지가 됐을 수도 있다. 활동이 부정확한 경우는 입국 불허가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것이 포착되면 차단하는 관계 부처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다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11년 10월부터 2012년 4월 2일까지 대상 외국인의 국적과 입국금지 사유를 포함하는 입국금지 내역을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법무부는 입국금지자의 국적과 사유를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계에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다음은 토미야마씨와의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오키나와와 한국 민중의 연대를 도모하는 모임의 토미야마 마사히로 대표가 2009년 9월 11일 부평미군기지를 방문해 미군기지를 반대한다는 연설을 하고 있다. <부평신문 자료사진>
▶ 입국이 거부됐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이명박 정권의 여유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권적인 정치수법이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억압적인 자세로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강정마을에서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정권을 몰아붙인 결과로도 생각한다.

▶ 반전평화 운동을 일본에서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 어떤 반전평화 운동을 했나?
= 주로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반대(=철수) 투쟁 등을 해왔다. 오키나와 헤노코와 다카에 등에서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그 일로 일본 본토의 각지에서 같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연대활동도 하고 있다.

▶ 과거에도 부평미군기지, 평택 대추리마을, 제주 강정마을 등을 방문해 한국 반전평화 활동가들과 연대했는데, 이런 연대 활동을 하는 이유는?
=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전쟁 시기에 강화돼 오늘까지 주둔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철수시키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바라는 한국 민중과 연대를 도모해가고 싶다.

더욱이 아시아에서 미군의 존재는 오키나와ㆍ일본 그리고 한국 미군기지를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에 긴장관계를 낳는 미군에 대해 평화를 낳기 위한 투쟁으로서 그곳에 살고 있는 한국ㆍ오키나와(일본)의 민중 연대가 필요하다. 내가 학생시절에 배운 역사적인 한국 민중의 투쟁, 민주화 투쟁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 국제 반전평화 운동을 전개해온 것으로 아는데, 어떤 활동을 해왔나?
= 오키나와에 팔레스타인 민중과의 연대 운동을 위한 모임을 해오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활동가를 안내하거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2003년 미군에 의한 이라크 침략전쟁이 개시되기 직전인 1월 말에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방문해 소아병원 등에 일회용 생활 물자ㆍ의약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라크의 상황을 파악해 오키나와ㆍ일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멈추기 위한 활동으로 하고 싶었다. 이밖에도 필리핀과의 연대운동도 해왔다.

▶ 일본인의 입장에서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 일본인의 입장이라는 것은 오키나와인인 나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타이틀이다. 오키나와인과 일본인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쳐두고, 오키나와에도 현재 새로운 (미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처절하게 저항하면서 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주민들의 고뇌와 고생을 눈앞에서 봐왔다.

또한,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왔다. 그러하기 때문에 거대 권력에 의한 억압적ㆍ폭력적인 횡포에 대해서 분노를 가지는 사람은 같은 입장에 선다고 생각한다. 한국 활동가들이 오키나와 투쟁 현장을 방문해 격려를 했다. 그때 용기를 얻었다. 민중에 의한 이러한 상호 연대 활동은 투쟁하고 활동하는 데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의 투쟁 현장에서의 경험, 느낀 것은 오키나와에서 활동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나 자신도 한국의 주민운동과 평화운동에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함께하고 싶다.

▶ 다시 대한민국을 입국할 계획은?
=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 많을 때는 1년에 4~5회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들어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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