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부평) 변호사

대한민국에 실제로 ‘정치검사’가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검사를 상정하고 표현한 작품들이 꽤 있다. 일례로 ‘더킹’이라는 영화를 보면 ‘정치검사’ 캐릭터로 한상식 부장검사(정우성)가 등장한다.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 부장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수단으로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다. 정치권력 교체기에는 자신이 지지할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게 상대를 무너트릴 사건들을 터트리고, 심지어는 정치적으로 이용할 사건들을 미리 준비해 뒀다가 터트린다.

검사가 정치와 결탁해 수사권을 남용하고, 정권은 검찰을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스토리가 생각보다 설득력이 있나보다. 저런 스토리가 보기에 불편하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인 것 같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해 이른바 ‘보복정치’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반문재인정서를 자극하는 득표 전략으로 한 말이든, 순수하게 성역 없는 수사 원칙을 천명하려는 의도였든, 정권이 검찰의 수사방향이나 수사 과제를 정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 이유가 헌법이나 법치주의에서 당연하게 도출되진 않는다. 수사란 범죄 혐의 유무를 명백히 밝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범인을 발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이다. 이것을 반드시 ‘검찰이 해야 한다’는 당위적 근거는 없다. 검찰의 고유 권한은 기소권이지, 수사권이 아니다.

국내 형사법이 검찰에 수사권을 주게 된 배경에 해방 이후 친일조선인이 지배한 당시 경찰의 부패가 있다. 경찰 파쇼를 막기 위해 검찰 파쇼라는 위험을 떠안은 셈이다. 당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회가 검찰에게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이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게 된 검찰은 ‘잘 드는 칼’로써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흔들려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검찰개혁 논의를 거쳐 문재인정부에서 이른바 검찰개혁 3법인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공수처법’의 개정 또는 제정으로 검찰 인사 중립성 강화, 검경 수사권 조정, 기소다원주의를 도입해 개혁을 시도했다.

다만 개혁의 핵심이었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검찰에게 상당한 ‘직접수사권’을 남겨두면서 미완의 과제로 남고 말았다.

현행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는 아직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기준이 명확치 않아 그 적용범위가 실제로 매우 넓다는 문제가 있다.

직접 수사한 자가 기소권까지 가지고 있다면 수사과정에서 국가권력의 통제가 불가능하다. 객관성을 상실해 검사 독재에 대한 우려가 있고,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영화 속 한상식 부장검사처럼 정치권력과 결탁한 부패검사가 있다면 검찰 수사권은 ‘정권의 칼’로 사용될 위험이 상존한다.

한 전직 지검장은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원인은 과도한 직접수사에 있다고 분석된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잘 드는 칼로써 정치권력이 항상 이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갖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도 흔들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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