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지난 7일 국회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를 통해 추경을 14조원에서 50조원으로 확대하고, 추가 세수 60조원 추계를 잘못한 홍남기 기재부장관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 여당과 야당 간의 설전이 가관이다.

여당은 야당이 먼저 35조원 증액에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합의해야 협상에 응할 수 있다고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탁상공론만 오가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도 50조원 추경편성에서 후퇴해 다 선거 끝나고 보자 한다. 그 사이에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서 하나, 둘 세상과 등지고 있다.

2021년 7월에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겨우 통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 시점부터 손실을 소급 적용해 달라는 자영업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됐다.

2020년과 2021년 상반기 매출 손실은 보상에서 제외됐다. 사각지대도 많다. 보상기준이 2019년 코로나 발생 이전과 코로나 발생 이후 대비 매출 하락분이어서 2019년 말에 창업한 수십만 명이 매출 실적이 없어 최저수준인 10만 원만 받게 됐고, 여행업과 공연업 등은 지원업종에서 아예 배제됐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하더라도 실제 손실보상인정 비율은 100%가 아닌 80%에 불과하다. 그 결과 식당과 카페 286만원, 노래연습장 379만원, 학원 260만원, 유흥시설 634만원 정도의 손실보상금을 받았다. 100~500만원 33%, 500만원 이상 15%, 10만원 미만 1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달리 자본주의가 더 발달한 선진국들은 ‘억’소리 나는 보상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다른 나라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미국의 경우, 2020년 3월 봉쇄령 이후 급여보호 프로그램인 소상공인 긴급대출제도를 실시했다. 이 제도는 60%를 인건비로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40%를 임대료와 이자, 방역용품 구입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할 시 상환의무가 면제된다.

1차에 5만7000달러 (6800만원), 2차에 7만8000달러 (9800만원) 등 총 1억6000만원을 지원했으며, 추가적으로 40만달러(4억8000만원)를 30년 상환과 저리로, 낮은 신용이라도 대출해줬다. 이에 대해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도움이 됐죠”라며 감사의 말을 했다.

유럽의 프랑스는 1차 봉쇄로 포장판매만 가능했다. 1차 지원금으로 5개월간 7500유로 (1000만원) 휴업보상, 2차 봉쇄로 영업이 중단되자 7만유로 (9500만원), 봉쇄 해제 후에도 손실보상금으로 1만6000유로(2200만원) 등 총 1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한 상인은 “감동을 받아서 정말 굉장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던 일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대해 하루 최대 영업단축협력금 60만원을 제공했다. 협력금 1250만엔(1억3000만원), 임대료 212만엔(2200만원), 일반지원금 157만엔(1600만원), 월별지원금 135만엔(1400만원) 등 총 1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한 상인은 “돈이 좀 액수가 커서 이렇게 줘도 되나 라고 싶을 정도로”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자료에 의하면,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직접 지원은 일본이 16%(941조원), 프랑스 8%(503조원), 미국 17%(4214조원), 한국 3.4%(67조원)로 나타났다.

2020년 소상공인 총부채는 294조400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서 47조7000억원(19.3%)이 증가했다. 이는 2019년의 6조8000억원(2.8%) 보다 증가율이 7배 높은 수준이다. 사업체 당 영업이익은 1900만원으로 전년보다 1400만원(43.1%)이 줄어 반 토막 났다.

그런데,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의 48.7%(2020년 기준)로 미국 133%, 프랑스 116%, 일본 225%의 절반이 안 된다. 국가의 재정건전성 지표인 통합재정수지는 OECD 34개국 중 4번째로 좋았다. 전문가들은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재정 지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인천 부평의 한 상인은 “초반에는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회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말 장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며 “대출을 받아 버티고 버텼는데 정말 한계인 것 같다. 거치기간도 곧 끝나고 다가올 원금상환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모두’의 거리두기 아니라 자영업자의 ‘독박’인 것이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희생했음에도 한국은 그에 합당한 인정과 보상을 하지 않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재정 건전성인가. 홍수와 가뭄, IMF 외환위기, 코로나 펜데믹 등 국가재난 시기를 대비해 국민을 구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아닌가.

IMF 외환위기 때는 국가가 16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은행권과 재벌을 살리는데 썼다. 그때는 아무도 재정 건전성 관련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상공인에게 200만원, 300만원 씩 찔끔찔끔 지급하면서도 ‘퍼주기’ 운운하며 국가가 부도날 듯 요란법석을 떤다. 자영업자도 국민이다. 진정 자영업자를 위한 국가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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