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제20대 대통령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에도 대선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한창이다.

이 와중에 이들이 공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청년들이다.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데,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MZ세대의 특징은 특정 후보나 정당만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자신이 관심을 두는 주제와 가치를 제시하는 후보에 표를 던진다.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라는 통념을 깨고 지난해 4월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선 20대 남성 72.5%가 보수진영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MZ세대가 특정 후보 쏠림 현상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각 후보들은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공약에서 ‘실제 MZ세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대 장관 발탁론, 이번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얻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등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MZ세대는 전혀 반응이 없다.

이미 청와대가 20대 여성을 청년담당 비서관으로 채용했지만, 오히려 MZ세대의 반발만 불러왔다. 야당은 이를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야당은 30대 남성을 대표로 세웠다. 이를 ‘이준석 현상’이라 불렀는데 MZ세대가 젊은 당대표에 환호를 보낸 것은 30대 남성이 자신의 실력으로 주요 경력을 보유한 기성세대를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겪은 MZ세대는 우리에게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높은 곳으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야당에 대한 지지율로 투영했다.

그런데 그 대표는 본인의 브랜드만으로 MZ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결국 MZ세대는 다시 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다.

MZ세대는 갈수록 심화하는 불평등 사회 최대의 피해자다. N포 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슬픈 단어는 MZ세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기성 정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을 내놓거나 몇몇 청년을 파격 발탁하는 것으로 MZ세대의 분노를 무마하려 하고 있다.

여당의 대표는 지난달 25일 설 연휴를 앞두고, 대선 승리를 위한 쇄신책으로 ‘586용퇴론’을 꺼내들었다. 국회의원이 같은 지역구에서 4선 이상 출마하지 못하게 하고, ‘전체 광역·기초 의원 30% 이상 청년 공천 의무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MZ세대가 보내는 시선은 싸늘하다. 오는 18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는데 당장 준비도 못한 젊은 세대가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선을 55일 앞둔 지난달 13일 2022 대선청년네트워크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 청년 문제에 대한 생각과 정책 비전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이들은 후보들에게 실제 청년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노동 ▲주거 ▲지역격차 ▲젠더 ▲기후 등 5개 분야에서 변화를 바라는 청년의 목소리를 모았다.

변화를 요구했지만, 구체적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어떤 대선후보다 MZ세대가 일체감을 느끼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MZ세대가 요구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MZ세대를 위한 돈보따리 공약을 쏟아내는지도 모른다.

MZ세대의 반응속도는 어떤 세대보다 빠르다. 그만큼 여론 형성도 빠르다. 투표일 전날 MZ세대의 마음에 꽂히는 공약을 어떤 대선후보가 내느냐에 따라 대선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투표 당일 MZ세대의 지지가 여러 후보에 고르게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분명 한 것은 MZ세대의 표심이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실제 MZ세대를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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