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배은심 어머님 조의금 모집도 기부금품법 위반?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송도) 대표 변호사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어머님의 갑작스런 별세에 미안함이 많은 숱한 이들이 조의금이라도 보내고자 했다. 그런데 장례위원회가 조의금을 모금한 게 ‘등록하지 않고 1000만원 이상 금품을 모집한 행위’로 기부금품모집법 위반 처벌을 받는다면 어떨까?

윤미향 국회의원이 실제로 그렇게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고 김복동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가 사망하자, 그 장례비를 모금했다는 죄다.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후원금도 등록하지 않고 모았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면 그렇게 모은 돈을 개인이 착복이라도 했단 말인가. 검찰은 2015~2020년 6년 동안 정대협이 모금한 돈이 약 43억원이라고 특정했다.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사건관계에 있는 단체와 개인의 금융계좌를 철저히 수사해 윤미향 개인이 2011년부터 8년 간 8000만원을 착복했다고 그를 기소했다.

1년에 890만원. 정대협이 사업비로 사용했으나 회계증빙이 부족했거나, 직원 회식비로 지출한 것을 개인 소비로 평가한 결과다. 윤미향이 ‘모금한 돈을 유용해 딸을 유학 보냈다’는 등의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윤미향 의원은 정대협의 주요 대표자로서 예산 집행과 회계처리에 철저했어야 타당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회계처리 상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을 위해 모금한 돈을 마치 사적으로 착복한 것처럼 언론이 다룬 것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배 문제를 지적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군위안부피해자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개선하고 더 강화해 시행하는 게 마땅하다.

일본과 '위안부 합의' 반대를 주도한 정대협

사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이같이 폭발력을 갖게 된 것은 2015년 12월 28일 한국 박근혜정부가 일본 아베정부와 체결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 지적을 정대협이 주도한 데서 비롯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 합의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①정대협을 설득(정대협이라고 특정한 단체명이 합의서에 등장한다) ②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 ③한국 외 다른 나라에 소녀상 건립 시 한국 정부 지원 불가 ④‘성노예’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위안부 피해자 문제’라는 명칭으로 공식화 등 비공개 이면 합의를 일본과 체결했다(한겨레 2017.12. 27.).

당시 윤미향 의원과 정대협은 이러한 한일 위안부합의체결에 반대하는 여론을 주도했다. 윤미향 의원에 대한 언론의 2020년 여름 마녀사냥은 위안부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이던 한국 보수정치권의 약점을 일거에 보완하는 정치적 소재였다. 그러나 사실과 달리 과장된 측면이 있다.

마녀사냥, 수요집회에 결정적 타격

2020년 여름 언론의 마녀사냥 이후,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어지던 수요집회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정대협을 공격해도 된다는 신호가 떨어지자,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비난하던 때 등장했던 단체들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독립운동이란 결국 이씨 조선 왕조를 다시 세우자는 운동으로, 전혀 의미 없는 운동이다. 일본의 조선 병합으로 우리나라는 근대화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베의 수하들이 한국말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2015년 박근혜정부가 아베 정부와 합의한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정대협을 설득’이라는 조항을 윤미향과 정대협에 대한 공격 형태로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람 보존

윤미향 의원의 행동은 민주당의 ‘내로남불’ 표본으로 보수 정치네트워크에서 소비된다. 최근엔 청년층 보수 표심과 결합해 윤미향과 정대협이 걸어온 길을 아예 내치는 게 ‘개혁’인 것으로 평가되는 모양이다.

이 때문인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올해 1월 25일 민주당 개혁안을 발표하며 ‘3선 초과 의원 동일지역구 출마 제한과 윤미향 제명’이 혁신이라고 했다. 그것이 왜 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던, 아예 국가 자체가 존재하지 못했던 시기를 반성하는 활동을 훼손하고, 우리가 어떤 미래로 개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국회의원 제명은 본질적으로 '의원의 지위를 이용한 권한남용행위'와 '의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한 행위'를 징계 사유로 한다(헌법 제64조, 국회법 제155조). 그런데 마녀사냥을 당한 윤미향 의원의 행동은 모두 의원 신분 취득 전 활동사항이다. 원칙적으로 국회법 상 징계의 대상도 안 된다(경향신문 김정범 한양대 로스쿨 교수 2012.5.25.)

다분히 표를 의식한 송영길 대표의 '개혁안'으로 인해 윤미향 의원 제명안은 오는 2월 14일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본회의 전 거쳐야 하는 국회 윤리특위 징계소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 3명과 민주당 이정문(충남 천안병)ㆍ최기상(서울 금천), 정의당 류호정(비례)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징계소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는다. 윤미향 제명은 개혁인가.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묻는다. 윤미향 제명은 공정과 정의인가. 윤미향 제명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그 제명 이전보다 더 안전하게 국가의 보호를 받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인가.

사회를 바로 세우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보존돼야 그 경험과 가치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 개혁과 공정은 정책 수립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개혁과 공정을 진행할 '사람과 조직'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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