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깨지는 것 우려해 보험 가입했건만··· 보상금 '0'
높은 자기부담금 설정해 놓고 통신사가 일방적 이득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휴대폰이 분실‧파손됐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이동통신사 휴대폰 보험이 자기부담금을 떼고 나면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구월동에서 일하는 김 씨는 지난 1월 20일 갤럭시Z폴드2 액정이 깨져 삼성 수리센터를찾았다. 김 씨는 수리비용 9만5000원을 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휴대폰을 구입할 때 함께 들어놓은 KT 휴대폰 보험이 떠올라 KT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찾아간 KT 대리점에서 ‘수리비가 최소 자기부담금인 14만원을 넘지 않아 보상하기 어렵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휴대폰 액정이 깨지면 높은 수리비용을 물까 우려해 휴대폰 보험을 들었지만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김 씨가 들어놓은 보험은 ‘갤럭시케어 200’ 상품이었다. 월 이용료는 1만1140원이다. 하지만 자기부담금이 14만원 상당으로 높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거나 적어 무의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 씨가 가입한 휴대폰 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14만원을 넘어야 넘는 금액만큼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14만5000원 수리비용이 발생하면 자기부담금 14만원을 내고, 통신사가 5000원을 부담한다.

SK‧KT‧LG U플러스 휴대폰 보험 비교.
SK‧KT‧LG U플러스 휴대폰 보험 비교.

높은 자기부담금 설정해 놓고 통신사가 일방적 이득

SKT‧KT‧LG U플러스는 각각 휴대폰 보험 사업을 하고 있다. 몇몇 보험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수리비용의 23~30%, 최소 3만원이다. 예를들어 휴대폰 액정을 수리해 27만원 수리비용이 발생했을 경우 내야하는 자기부담금은 8만1000원이다.

휴대폰의 경우 자동차와 비교해보면 소액 수리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높은 자기부담금을 설정해 놓으면 통신사가 일방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휴대폰 보험과 관련한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면서 “주로 휴대폰 판매점에서 ‘고장나면 수리비용을 전부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듣고 계약을 했는데 자기부담금이 높아 보험금을 수령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이 문의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이미지.(사진출처 pixabay)
휴대폰 이미지.(사진출처 pixabay)

이동통신사들 손해율 100% 웃돌자 자기부담금 높여

2018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 ‘휴대폰 보험의 소비자 보호 이슈’를 보면, 휴대폰 가입자는 2013년 501만명에서 2014년 613만명, 2015년 774만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후 최근 통계는 발표된 게 없다.

4000~6000원대 휴대폰 보험은 연간으로 환산하면 수만원대로, 수백만명이 가입하면 이동통신업체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 보험 손해율(보험 가입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 100%를 웃돌며 손해가 커지자, 보상한도를 줄이고 동시에 자기부담금을 늘렸다. 

이에 따라 2018년 2월 말 단말기 보험의 손해율은 업체에 따라 최저 70%까지 내려간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휴대폰 보험과 관련한 민원은 주로 ▲자기부담금 과다에 따른 보험이익 상실 ▲상품판매 시 설명 부족 ▲계약기간 중 주요변동사항 미고시 등이라고 지적했다.

또, 휴대폰 보험은 손해보험협회가 기초적인 통계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과 마찬가지로 수입보험료, 지급보험료, 손해율, 사업비 등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자료요청과 설명을 듣기 위해 KT‧LG U플러스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KT 관계자만 유일하게 답변이 왔는데,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고의로 분실, 파손하는 일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금 설정은 불가피하다. SKT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휴대폰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그걸 이동통신사에 넘겨줬는데, 그때 당시 협의를 해 적절한 자기부담금을 설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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