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병원 치료 확진자 79%, 인천의료원 감당
필수의료서비스 등 공공의료 공백 현실 절감
“공공의료 종사자, 힘들어 계속 현장 떠나”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코로나19 감염병이 국내에 발생한 뒤 2년 동안 공공의료 종사자는 공공의료에 대한 회의감만 늘었다”

2022년 1월 20일은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위의 말은 코로나19 첫 확진자를 치료한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이 한 말이다.

20일 오전 0시 기준 인천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1466명이다. 이 중 4976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만560명은 생활치료센터, 1만1700여명은 재택치료를 했다. 나머지는 동일집단 격리 등 다른 방식으로 치료를 받았다.

인천의료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일 오전 0시 기준 인천의료원이 치료한 코로나19 입원환자는 3909명(중등증 3524명, 준중증 187명, 중증 198명)이다. 인천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79%를 인천의료원이 감당했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환자는 중등증부터 중증환자까지 구분해서 관리한다. ‘중등증’은 입원치료와 1~2시간 마다 모니터링이 필요한 감염자다. 당장 집중치료실에서 치료 또는 인공호흡기 장착이 필요한 경우 ‘중증’ 환자로 분류한다.

코로나19를 2년 동안 겪으면서, 국민들은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느꼈고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절감했다.

인천의료원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안의 간호사들이 밖의 간호사에게 필요한 약품 목록을 전달하고 있다.
인천의료원 코로나19 중증 환자 전담 병상 안의 간호사들이 밖의 간호사에게 필요한 약품 목록을 전달하고 있다.

‘빛난 공공의료’와 ‘무지 드러난 인천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이 필요해지자 인천에서 가장 먼저 병상을 제공한 곳은 인천의료원이다.

인천의료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40일 만인 2020년 2월 28일 모든 환자를 소산한 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인천의료원이 인천시민에 제공하는 필수의료, 공공의료 서비스는 자연히 중단됐다. 2020년 6월께 일부 병실을 활용해 필수의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했지만, 같은 해 8월 2차 대유행이 벌어지며 없던 일이 됐다.

인천시는 인천의료원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기 위해 병원을 떠난 취약계층이 타 기관에서 다른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인천시는 공공의료 중요성을 절감하고 최근 조직개편을 하며 공공의료팀을 신설했다. 이마저도 팀장 1명과 주무관 2명에 불과해 반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성희 건강과나눔 이사는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은 인천의료원에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인천의료원이 없었다면, 인천시가 코로나19를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반대로, 감염병 대유행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봤고,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최근 공공의료팀을 신설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면서도 “팀 구성을 보면, 팀장 1명과 주무관 2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제2인천의료원 신설,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 추진 등을 해야한다”고 한 뒤 “인천시의 공공의료팀 신설이 생색내기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직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청 전경
인천시청 전경

공공의료 의료진 이탈 ‘심각’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인천의료원 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다. 2년째 사투를 벌이며 지칠 대로 지쳤다는 얘기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감사 인사를 전하지만, 이들을 위한 현실적 처우개선 대책은 논의되는 것이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고 공공의료 의료진 이탈 문제가 지적됐지만, 최근에 그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승연 원장은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공공의료 의료진은 임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최근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진 이탈이 심각하다. 국민들이 보내는 지지와 격려만으로 버틸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 뒤 “공공의료 의료진에 대한 처우개선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미 주기적 감염병 대유행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다른 감염병이 창궐했을 때 또 다시 이 같은 헌신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크다는 것이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공공임상교수제, 대안 될 수 있다”

조승연 원장은 “공공의료 의료진이 좋은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공공병원은 적절하고 보편적인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전염병 등 재난에 대비하고, 취약계층 진료와 국가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병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를 해야한다.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 인력 수급이 필요하다”고 한 뒤 “두 가지 모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은 제2인천의료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공공의료 인력 수급을 위해 ‘공공임상교수제 도입’을 제안했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에서 교수 정원을 배정받아 채용하고, 공공임상교수는 권역책임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 업무를 수행하며 지역책임의료기관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게 하는 제도다.

인천을 예로 들면, 책임의료기관인 길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에서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조승연 원장은 “공공의료 의료진의 처우가 민간병원보다 나아야 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비슷한 수준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며 “공공의료 강화 없이 다음 감염병 대응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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