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투데이│인천시 강화군 서도면에는 볼음도라는 섬이 있다. 고려사에는 파음도(巴音島)라고 기록돼있고 이후 보음도(甫音島)라 하다가 볼음도(乶音島)가 됐다. 언제부터 볼음도에 사람이 살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려시대 사람도 볼음도라는 섬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볼음도의 전성시대는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한국전쟁, 그리고 휴전되고 얼마쯤 뒤까지 일 것이다. 볼음도와 말도 사이 바다는 황금어장으로 각종 물고기가 많이 잡혀 돈 좀 벌겠다는 사람이 모여든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음도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1940년생) 원래 강화도 하점면 창후리에 살았는데 아버지를 따라 말도로 들어와 살다가, 지금은 볼음도에 와서 살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볼음도와 말도로 왔다.

그 할아버지는 물고기를 잡아 연백으로 팔러 다녔던 이야기를 해줬다. 굴도 따서 가가호호 방문해서 팔았다고 했다. 굴 한 사발에 쌀 2되도 받고 더 받기고 해서 해산물을 팔아 받은 곡식을 모아 1년 식량으로 삼았다고.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생선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동네 집집마다 방문해 팔던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이 할아버지도 그렇게 식량을 장만하고, 자식들을 먹여 살렸을 것이다. 어로한계선이 제정되고 더 이상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된 이후 볼음도는 이제 농사가 주업이 됐다.

통일이 된다면 이 황금어장에서 다시 물고기를 잡으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까. 언제 올지 모를 그런 상황을 잠시 상상해 본다.

필자는 강화도 서도면 관련 책을 기획해서 출판한(2020년) 이후 볼음도 전시까지 볼음도에 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볼음도는 이미 여러 번 갔지만 가면 갈수록 매력적인 섬이다.

볼음도는 강화도 선수 선착장에서 하루에 3번 배가 있어서 당일 방문도 가능하지만 기왕이면 하루 밤이라도 묵는 일정으로 가기 바란다. 그리고 하루 밤 묵을 예정이라면 보름달이 뜨는 즈음에 가기를 더욱 추천한다.

볼음도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볼음도에서 보는 보름달은 유난히도 크고 밝았다. 해가 지면 근처 바닷가를 꼭 가야한다. 보름달이 바닷물에 비친 모습이 찬란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휴대용 화로대에 모닥불이라도 피워라. 그 정취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볼음도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여느 섬과 같이 병원 문제이다. 지금은 볼음 보건지소에 공중보건의가 상주해 있지만 보건지소가 세워지고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것은 2018년이라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볼음도에 상주하는 공중보건의는 큰 병원으로 전원시켜 주는 것 외에는 도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볼음도는 민통선 지역이기 때문에 바로 헬기를 띄울 수가 없다.

행정선 등을 이용해 주문도로 이동해서 주문도에서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니, 시간은 더 지체될 수밖에 없다. 볼음도에서 직접 헬기를 띄워 병원으로 바로 이송하는 것만이라도 해결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전에는 볼음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었지만 2019년 폐교가 돼 자녀가 있어도 볼음도에선 학교를 보낼 수 없다. 자녀들과 같이 섬에 들어오면 학교 때문에 부모는 섬에 남고, 자녀는 뭍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볼음도에 살는 주민들이 볼음도를 잘 지키고 살 수 있게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립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볼음도, 248명의 삶’ 전시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한나루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관심 있는 사람은 잠깐 들러 볼음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둘러보길 바란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볼음도를 직접 방문해 그 풍경을 만끽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앞으로도 섬 관련 조사와 전시는 계속 될 예정이다. 그 첫 단추가 바로 볼음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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