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손장원|글누림|15000원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100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삶의 모습을 알기 위해선 무엇을 봐야할까. 번뜩 생각나는 건 역사 교과서, 논문, 신문기사 등이다. 이밖에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역사를 발견할 수 있으니, 바로 ‘가로14cm‧세로9cm 그림엽서’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가 집필한 ‘건축가의 엽서-네모속 시간여행(2021년 12월 발간)’를 보면 그림엽서에 담긴 생생한 역사를 볼 수 있다.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손장원|글누림|15000원.
'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손장원|글누림|15000원.

근대건축 전문가 손 교수는 2006년 엽서 수집을 시작했다. 15년간 인천자료를 중심으로 엽서를 모았다. 손 교수는 ‘근대문화의 서막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엽서’라고 말하며 서문을 시작한다.

엽서는 발행 주체에 따라 정부 기관이 발행하는 관제엽서와 민간이 만드는 사제엽서로 나뉜다. 엽서의 전성기는 1906년, 만국우편연합(Universal Postal Union, UPU)이 그림엽서의 규격을 제시하며 시작됐다.

제작배경이 어떻든 19세기 제작된 그림엽서는 그 시대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손 교수는 설명한다.

한반도를 소재로 한 그림엽서가 본격적으로 제작된 시기는 1906년~1912년이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그림엽서는 대중의 뜨거운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일제강점기 한반도 주요 도시에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엽서 가게가 하나씩은 있었다고 한다,

전해진 그림엽서 가운데 인천을 소재로 한 것은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고 한다.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손 교수가 파악한 데에 따르면 대략 1000종이다.

손장원 교수는 '100년 전에도 개인 방역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적극적으로 권장됐다'며 그림엽서를 소개했다.
손장원 교수는 '100년 전에도 개인 방역을 위해 마스크 착용이 적극적으로 권장됐다'며 그림엽서를 소개했다.
손장원 교수는 두 엽서를 비교하며 엽서 속 장소가 현재 신포동 행정복지센터라는 것을 추측했다.
손장원 교수는 두 엽서를 비교하며 엽서 속 장소가 현재 신포동 행정복지센터라는 것을 추측했다.

손 교수는 그림엽서를 토대로 인천의 과거 모습을 포착해 가고 있다. 그 과정이 흥미롭다.

예컨대 그는 한 그림엽서 속 그려져 있는 건물들을 파악하면서 ‘(이 상가는) 나가이(永井) 상회, 미야타(宮田) 상점, 이토키(糸岐) 상점, 인천기선(주)’라고 줄줄이 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악하지 못한 건물이 있을 경우 ‘이 건물만은 뭔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이러한 부분을 보면, ‘(제가) 파악한 정도는 이정도이니, 이것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작가의 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

손 교수는 답사를 거듭하며 그림엽서 속 공간과 현재 공간을 일치 시키는 작업을 계속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작업과정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하면서 오류를 검증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갔다고 한다.

송월시장 터.(사진제공 손장원 교수)
송월시장 터.(사진제공 손장원 교수)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그림엽서를 토대로 추론과 검증을 거쳤다는 것이다. 2장을 보면, 한 그림엽서를 토대로 근대시대 생활쓰레기 처리방식을 살펴본다.  

건축전문가인 그는 그림엽서에 나오는 높다란 지붕이 있는 건물을 보며 ‘환기를 목적으로 설치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쓰레기 소각장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런 뒤 검증 과정을 거치는데 지표가 될 만한 사료부터 차근차근 살펴본다. 그러다 그림엽서에 나온 곳이 송월시장 터라는 것을 알게되고, 각국 조계지 청소를 몇 명이 담당했으며, 신동공사가 조계지 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청소를 담당했다는 것도 알게된다. 그의 추론‧검증 과정을 읽다보면, 함께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이 든다.

손 교수는 ‘책을 통해 거둔 주요성과로 인천향교 내삼문, 근대개항기 쓰레기 처리장, 유소년야구사진 등을 찾아내 근대도시를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책을 읽어보면, 근대도시를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한 것은 물론 그림엽서를 통해 근대역사를 알릴 수 있는 작가의 통찰력, 관찰력 그리고 호기심에 놀라게 된다.

한편, 해당 책은 이번 책은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가 역사의 길 총서 7번째 편으로 2021년 12월 1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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