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납품업체 선정방식으론 안전한 급식 불가능

인천지역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의 위생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인천시교육청이 식재료 구매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해 5월 초 인천지역 모든 학교에 전달했다.

급식에 적합한 식재료 구매방법을 마련하고 납품업체 선정 시 사전에 현장 위생 상태를 확인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이 학교에 전달된 뒤에도 학교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학교는 4곳이다. 2개교는 학교 급식이 원인으로 밝혀졌으며, 나머지 2개교도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급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청의 공문이 각 학교로 전달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납품업체 선정에 앞서 현장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4월 중순 인천시의회 의원과 시교육청, 학부모단체 등의 합동 위생 점검에서 적발된 업체들이 여전히 각 학교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이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급식에 관한 정책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 제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재 인천지역의 학교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시교육청이 농산물유통공사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학교 급식 전자조달시스템(B2B) 계약 방식은 비리를 없앴지만, 급식 사고의 위험성은 높였다.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위생시설을 갖췄던 업체들이 많이 도산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업체들도 위태로운 상태다”

최근 인터뷰한 인천지역 학교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업체들은 모두 인천에서 10년 넘게 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해왔던 업체다. 이 업체들은 학교급식소위원회 설치ㆍ운영이 의무화되고, 학부모들의 업체 방문이 늘어나면서 시설에 많이 투자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위생 관련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위생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가가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지역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B2B 계약 방식을 적용하기 전만해도 인천의 업체들이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위생시설을 갖추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다른 지역의 영양교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0년 4월 학교장이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비리 사건이 터진 후 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법 개선 방안’을 내놓고 지정정보처리장치(G2B)와 B2B 사용을 의무화했다.

그 후 계약의 투명성은 보장됐지만, 업체 현장과 위생상태 확인은 소홀해지고 납품업체 선정을 위한 학교급식소위 활동은 미흡해졌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학교가 일반경쟁 입찰을 적용해 식재료 납품업체의 과열경쟁이 일어났고, 일정 조건(=영업신고서와 사무실 등)만 갖추면 B2B에 등록이 가능해 식재료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경찰에 적발된 사건은 그동안 납품업체들의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 이런 일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이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교육청이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각 학교에 전달했다고 하지만, 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8일 B2B를 확인해보니, 지난 4월 중순 합동 위생 점검에서 적발된 업체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5~6월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여러 학교들에 입찰을 신청한 것이다.

“서류만 갖추면 학교에 납품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생 관련 시설도 전혀 없이 새로 시작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예전 학교는 위생문제에 대해 까다롭게 구니 납품하지 않던 업체들도 이제는 ‘낙찰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2개 학교 밖에 납품을 할 수 없는 업체들이 낙찰만 받아서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는 일도 있고, 친척들을 동원해 사무실만 있는 여러 업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2~3개월만 납품하면 되니, 위생 점검이나 검수 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니 안전한 급식이 보장 되겠는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학교 급식에 불량 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의 명단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입찰 참가를 제한하기로 하는 등, 학교 급식 안전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서울시ㆍ서울식약청ㆍ농산물품질관리원 등과 협력해 업체를 불시 점검하고 교육청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예고 없이 학교를 방문해 위생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부산경찰청은 지난 5월 말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부정 입찰을 일삼은 학교급식 업체 38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업체들은 위장업체나 다른 업체의 명의로 학교급식 전자입찰에 부정하게 응했다.

경찰은 부정 입찰을 통해 식재료 공급업체로 선정된 일부 영세업체들이 물류시설 설치비용이 없어 농수산물시장에서 식자재를 구매한 뒤 인근 빈터나 길가에 방치하거나 냉장ㆍ냉동제품을 상온에 방치했다가 거래 학교 등에 공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교급식 전자입찰에는 허점이 많아 식재료의 질이 떨어지고 위생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급식업체 시설기준을 강화하고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퇴출시키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학교 급식 식재료가 공사도 아니고 낙찰 받은 뒤 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운영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또 급식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도 불량 식재료 업체를 퇴출시키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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