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죽음에 대한 애도 외면...기념품 배부 아수라장 방불


부평의 남북권역을 이어주는 부평남부고가교가 23일 준공식과 함께 개통됐다. 하지만 개통식 하루 전 한 노모가 개통식 준비를 위해 고가교 노상을 물청소하던 차량에 치여 사망해 물의를 빚은 가운데, 행사 당일도 무질서한 기념품 배부와 의전 소홀 등으로 참석자들과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 기념품을 받으려다 몰려든 인파에 치어 주저앉은 노인         ⓒ한만송


사망사건 발생 당시 공사업체는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김아무개씨에 따르면 “청소차량이 후진해 왔지만 차량 뒷편에 안전요원이 없어 운전사가 문을 반쯤 열고 후미를 보며 천천히 후진으로 올라오다 참변이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개통식 당일에도 문제는 계속되어 주민들로부터 성토를 받기도 했다.

이날 개통식에는 4백여명의 지역주민들과 안상수 인천시장, 문병호, 최용규, 홍미영 국회의원, 박윤배 구청장과 시공사 대표 등 사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개통을 축하했다.

하지만 개통식 행사가 끝난 뒤 시공사 측에서 마련한 기념품(수건)과 떡 등 음식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행사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심지어 기념품을 받으려고 서로 밀치면서 몇몇 노인들이 넘어지기도 해 인명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행사장을 찾은 김아무개(64·부평2동) 할머니는 “사람들이 깔리고 아수라장인데도 공무원들은 정치인들 안내하느라 주민들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이 행사는 주민보다 정치인들 얼굴을 알리는 정치 홍보행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주민 박정현(31세)씨도 “구청장은 준공식 준비 과정에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노모가 돌아간 것에 대해 구를 대표해 조의와 애도를 표해야 했다”며 “서로가 지역의 지도자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픈 마음을 외면한 것에 대해 침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 중 김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한 사람은 문병호 의원 한 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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