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백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사무국장

인천투데이│미국에선 1973년 재활법이 제정됐다. 재활법은 재활에 관한 법률인데, 한국의 장애인복지법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재활법은 누가 장애인이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어떤 원칙으로 전달체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닉슨 정부였다. 닉슨 정부는 법 제정과 관련해 2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유는 재활법 제504조에 ‘장애인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든 활동과 프로그램에서 차별을 받거나 혜택을 배제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 조항이 과도하게 복지와 사회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에서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기업을 중심으로 비슷한 의견들이 나왔다. 1973년 미국에서, 2007년 한국에서 장애 당사자들의 힘찬 투쟁 끝에 법률은 제정 됐다.

당시 닉슨 정부가 재활법 제정을 반대하면서 내세웠던 논리는 ‘분리하되 평등하게’를 내세우면서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을 반대했다. 참 좋은 말로 들리지만, 1970년대 미국의 장애 운동가들은 이 표현을 ‘평등하게 분리한다’로 해석했다.

‘평등하게 분리한다’는 이제껏 교육에서,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이 다니는 아주 일상적인 화장실·버스·지하철·인도에서 장애인의 차별을 정당화하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래서 장애 인권운동가들은 닉슨 정부에 강력하게 저항했고, 결국 닉슨 정부는 1973년 9월에 재활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선의를 가진 착한 사람들은 평균과 다른 사람들을 동정·시혜 시각에서 안전하고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갖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에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시설들이 많이 존재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엘리베이터, 화장실, 콜택시, 특수 학교, 장애인복지관, 평생교육기관, 거주시설 등이 그렇다. 그런데,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정말 좋은 것인지 한 번쯤 반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설이 만들어진 배경은 장애인들의 요구였는지, 아니면 주변인들이 요구였는지 말이다. 닉슨 정부의 ‘분리하되 평등하게’라는 구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분리에 의한 차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구호는 아무리 그 목적이 선한 의도를 가졌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분리시키는 것이기에, 그리고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것이기에 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담긴 내용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유치원 종일반에 장애 학생만을 위한 교실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일반 종일반에선 장애 학생의 입급을 여러 이유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를 이유로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직접 차별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 현장은 지금도 장애학생은 돌봄교실 입급이 허락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시교육청은 장애 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종일반을 공모사업으로 몇 곳을 모집하려고 한다는 것과 유치원 교사를 중심으로 장애 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종일반 설치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장애 학생만을 위한 종일반을 만들어준다니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선한 마음이 당사자에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을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겐 좋아보일지 모르나 당사자는 강요로 받아들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학생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장애로 사회 참여가 제한되면 안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특수교육의 목적은 장애학생의 완전한 사회 참여에 기여해야 한다. 1970년대 미국의 재활법 투쟁이 주는 교훈은 ‘분리하되 평등하게’의 선한 의도는 실제 장애인을 사회에서 ‘평등하게 분리한다’의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시교육청에 간곡히 부탁한다. 선한 의도가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장애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어디든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고 단순하다. 유치원을 포함한 학교 현장의 돌봄교실에서 장애학생이 어떤 차별을 겪는지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대책을 제시해야한다. 시교육청이 해야할 일은 법을 지키는 것이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편하자고 하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낙인 찍고, 분리하게 만들고,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작은 웅덩이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게 물 몇 바가지를 주는 선한 마음이 물고기가 강이 아닌 웅덩이에서만 평생을 살게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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