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끔찍했다. 사람의 온 몸을 뒤로 꺾어 묶어서 독방에 가둔 그 모습은, 어느 전쟁 지역의 포로의 모습이라 해도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이곳이 과연 대한민국이 맞나. 해당 영상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된 외국인을 독방에 ‘징벌’하는 모습이다.

이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부의 영상이 이렇게 공개된 것 자체가 이 사건 관련 함께하는 활동가들의 노력이 빚어낸 기적같은 일이기도 하다.

오래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에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방문한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실태조사단원들에게 조차 보안각서를 작성하게 했고 보호소 내부 사진이 찍히지 않게 휴대폰을 회수했다.

그런데 보호소 내부 모습을 무려 보호소 측에서 제공하다니 말이다. 보호소는 해당 외국인이 보호소에서 난동을 부렸다며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같이 공개했다. 물론 그가 왜 그랬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수를 치며 여론전을 노렸던 것일테지만 외국인보호소의 비인간적인 환경과 처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

체류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을 잡아두는 곳. 명백히 구금하면서도 보호라고 부르는 곳, 자유를 박탈시킨 채 세상과 격리시키고 집단수용하면서 인권 보장을 하고 있다며 뻔뻔하게 얘기하는 곳이 바로 ‘외국인보호소’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만 해도 지속적으로 문제들이 제기됐다. 2016년에는 구금된 여성이 생리대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수건으로 대신해야 했다며 국가인권위 진정을 냈고, 2019년에는 1년간 구금되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외국인이 사망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수용된 이주민들의 출국길도 막히면서 외국인보호소는 수용인원이 한계에 달했다고 한다. 서로 언어도 문화도 상황도 다른 이주민들을 체류자격이 상실됐다는 이유 만으로 무조건 가둬두는 이유가 뭘까.

활동을 막 시작하던 2012년에 미얀마 가족의 상담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 난민 신청이 거절당한 후 미등록으로 3살 아이와 함께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가족들의 집을 출입국사무소가 밤중에 급습했다고 했다.

아이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단속해 서울출입국사무소 보호실에 구금했다. 당시 어머니는 임신 초기였다. 출입국에 찾아가서 아이와 산모에게 보호소 환경은 위험하니 보호 일시 해제를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출입국의 태도는 완강하다 못해 모욕적이었다. 애써 잡은 사람들을 왜 풀어주냐고 했고, 요즘 보호소 가족실 시설이 얼마나 잘돼있는 줄 아느냐고 했다. 나중에는 어머니의 임신사실이 외관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잠시라도 보호소에서 나오고 귀환할 짐을 정리하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병원으로 간 그 여성의 모습은 너무 참혹했다. 보호소에서 외국인에게 주는 붉은색 추리닝과 슬리퍼 착용 상태 그대로 출입국 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처음에는 손을 포박했지만 당시 직원이 나를 흘끔흘끔 보면서 손 포박은 하지 말자며 풀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채로 남자 직원들이 여성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는 일반 환자들이 있었고, 흘끔 흘끔거리며 또는 대놓고 누가 봐도 평범한 상황이 아닌 여성을 쳐다봤다.

이건 말이 안된다고,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이게 여성이 동의한거냐, 사실상 강제신체검사가 아니냐며 항의하는 나에게 출입국 남자직원들은 병원이니까 정숙하라고 고함을 쳤다. 그 무력감과 참혹했던 감정들은 10년이 지나가는데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성의 임신이 증명됐지만 출입국은 아버지는 출입국에 두고 어머니와 아이만 보호일시해제를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과 같이 풀어주면 도망갈 수 있다는 모욕적인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가족은 출입국의 제안을 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3일동안 집과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출국했다. 이 여성은 미얀마에 돌아가서 유산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법무부에게 미등록이주민은 사람이 아닌가. 이 사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냥감으로 보고 있는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주민을 잔인하게 단속하고, 마치 보호소를 나와 사회로 돌아가는 것을 ‘도망’이라도 갈 것처럼 표현하며, 출국하지 않으면 몇년이고 보호소 안에서 인생을 허비하게 하고 감옥보다 더한 규제와 감시 속에서 비인간적인 처우를 감내하게 만드는 것인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스스로를 “외국인보호소는 강제 퇴거를 앞둔 외국인이 본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준비를 잘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국가기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전문보호기관으로서 보호외국인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외국인이 잘 귀환할 수 있게 많은 노력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병원 검진이 필요한 환자를 구금했고, 가혹행위를 했으며 국가인권위의 '보호일시해제' 권고에도 가해를 가한 그 공간으로부터 피해자를 여전히 분리시키지 않고 있다.

현재 피해 이주민은 화성외국인보호소 안에서 보호일시해제를 요구하며 단식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분리되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에 들어갔다. 도대체 ‘보호외국인을 소중히 여겨온’ 화성외국인보호소와 법무부는 무엇이 두려워 보호일시해제를 해주지 않고 있는 것인가.

연말연시 지인들에게 한해를 평안히 마치자는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도저히 평안할 수 없을 외국인보호소 안 구금된 사람들이 있다.

보호소 안 책상에는 보호소를 거쳐갔던 이주민들의 온갖 언어로 낙서가 돼있다. ‘이제 간다 안녕’ ‘많이 울었지만 앞으로는 행복하자’ ‘여기있는 사람들 힘내세요’ 같은 글귀라고 했다. 그들의 불안, 낙담, 그리고 이어가는 삶의 희망들이 무겁게 와 닿았다. 낙서를 남긴 그들은 평안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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