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 정당정치의 위기와 해결책으로서 포퓰리즘 다뤄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지난 6일 발행한 <황해문화> 2021년 가을호(통권113호)는 특집으로 ‘포퓰리즘과 한국정치’가 주제다.

황해문화는 “국내 정치는 극우보수와 중도보수 연합 속에서 탈정치·탈민주주의 현장이 되고 있다"며 "유의미한 전진은 4년 전 촛불 항쟁처럼 변화를 원하는 대중의 힘으로 판을 뒤집는 직접민주주의 정치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포퓰리즘’은 대중의 통치를 이르는 말이다. 포퓰리즘이란 무엇이며,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포퓰리즘의 의미와 가능성을 고찰한다”고 편집기획 취지를 전했다.

특집에 참여한 필자들은 전통적 정당 정치의 위기와 이를 극복할 새로운 흐름으로 포퓰리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정치·사회 상황에 비춰보면, 소외된 대중들이 나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깨뜨리는 좌파 포퓰리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대선과 관련해선 여당과 군소야당 후보는 좌파 포퓰리즘 경향이 있으며, 제1야당 후보는 우파 포퓰리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좌파 포퓰리즘이 유의미한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포퓰리즘'과 '포퓰러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구분해야 

정병기 선생의 글은 가을호 특집 글을 읽는 데 기초가 된다. 그는 ‘포퓰리즘’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포퓰리즘의 역사와 형성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흔히 포퓰리즘으로 오인하는 대중인기영합주의는 포퓰리즘의 한 측면이지만 그것 자체가 포퓰리즘은 아니라고 했다.

대중인기영합주의는 ‘포퓰러리즘’이라 불러야 하며, 포퓰리즘은 ‘사회를 인민과 엘리트라는 적대구조로 파악하고, 정치는 인민의 의사를 최대한 직접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념’이라고 부연했다.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좌파 포퓰리즘' 기획해야

서영표 선생은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기후 재난, 팬데믹(감염 대유행)과 겹쳐지는 지금을 ‘유기적 위기’ 시대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러한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대항헤게모니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포퓰리즘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게모니는 어떤 일을 주도하는 주도권, 패권 등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한 집단, 국가, 문화가 다른 집단이나 국가, 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경쟁하는 개인을 유권자나 시민으로 호명하는 대신 ‘계급’이나 ‘집단’으로 호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저항과 연대의 힘으로 국가를 민주화하고 시장을 사회화하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로서 좌파 포퓰리즘을 기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자유주의·가부장제 넘는 ‘대중적 정치 틀’ 만들어야

이광일 선생은 박정희가 김대중을 공격한 것처럼, 포퓰리즘은 수구정치세력들이 유력한 정치적 경쟁세력이나 그 지도자를 공격할 때 주로 사용했다고 봤다.

역대 민주당계열의 보수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진정 포퓰리스트’였다고 꼬집는다. 달콤한 미래를 대중에게 제시하지만 결국 이를 실천하지 않는 등 지지자를 기만하기 때문이다.

그는 보수-수구 독점구조를 넘어 새로운 헤게모니 정치를 구성하는 것, 즉 신자유주의, 가부장제, 반생태주의를 넘는 보편·대중적 헤게모니 정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2030남성 배제' 소수자 혐오로 해소

김만권 선생은 최근 30대 젊은 정치인 이준석이 보수세력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표가 된 것을 ‘우파 포퓰리즘의 부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포퓰리즘이 ‘사악한 소수 엘리트와 선한 다수의 배제된 사람’이라는 대립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또한, 이 배제된 사람들은 자신을 이끄는 대중적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2030세대’ 아웃사이더들은 이준석을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준석이 특정 대중의 사회적 배제로 인한 불만을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나 공격으로 해소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즉 2030남성들의 배제와 고통이 산업화·민주화세대 기득권과 2030여성, 페미니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며, 2030세대 남성에게 이들을 향한 혐오정서를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전형적인 ‘우파 포퓰리즘’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준석이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능력주의를 노골적으로 선동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엘리트주의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 시대 포퓰리즘, 혐오 증폭해 상품처럼 판매

이동연 선생은 현재 20대 대선 흐름이 극단적 혐오 경기로 흐르는 현상에 주목했다.

더불어 엘리트 비판과 민중의 삶 개선 호소가 기조인 전통적인 포퓰리즘 대신 분노와 혐오를 기반으로 한 정동(情動) 포퓰리즘이 대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SNS 등 뉴미디어는 발신 주체를 제어하는 수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알고리즘에 의해 혐오와 차별, 극단적 적대감정 등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재생산해 ‘정동 포퓰리즘’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뉴미디어 시대 포퓰리즘은 전통적 포퓰리즘의 정의를 무너뜨리고 적대적 혐오감정을 증폭해 상품처럼 판매하는 홍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 확장 위해 포퓰리즘 민주화 고민 필요해

마지막으로 이승원 선생은 현재는 기성 정당정치 구조를 넘어 다양한 정치 실험을 시도하는 시대이며, 가장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가 ‘포퓰리즘’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반공주의처럼 공포·왜곡 정치를 위해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동원하고, 반대로 대중의 해방적 정치활동을 지칭하기 위해서도 '포퓰리즘'을 사용하는 유동적 상황이라고 봤다.

따라서 포퓰리즘이 정치를 재활성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포퓰리즘의 민주화와 민주적인 포퓰리즘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포퓰리즘이 배타적·폐쇄적 경로에 빠지지 않게 할 것, 대중의 집단지성과 협력할 수 있게 할 것,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운 개인으로 재탄생하게 할 것을 제시했다.

대학교육·4대강 문제 다루는 비평 담아

비평으로 김동춘 선생과 김병기 선생의 글이 실렸다.

김동춘 선생은 수년마다 국내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맞춰 일정 기간 재정지원을 해 주는 방식으로 대학교육을 지배한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록된 글은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대학구성원들의 문제의식을 정리한 것으로, 한계에 이른 국내 대학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필요하다.

이어진 김병기 선생의 글은 4대강에서 막대하게 발생하는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전부 개방하고 철거할 줄 알았던 4대강의 보와 수문들은 여전히 개폐를 반복하며 강의 흐름을 막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책은 오로지 지자체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

그의 글은 녹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촛불정부라고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어정쩡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밖에 황해문화 113호에는 포토에세이, 시와 소설, 평론, 남재희 선생의 투고, 문화 비평 열 편, 서평 네 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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