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못 정한 학생은 내신 점수·친구 따라 과목 선택해
학점제 맞는 학종 비율 줄어... 취지 살리는 ‘입시제도’ 필요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하지만 입시 제도와 엇박자, 교사 부족 등 문제로 성급한 결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2025년 전면 도입을 결정했다.

고교학점제 운영단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갈무리)
고교학점제 운영단계.(고교학점제 홈페이지 갈무리)

고교학점제를 보면, 학생들은 1학년 때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이수하고 이후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으며 정해진 학점을 채우면 된다.

교육 현장에선 고교학점제 취지는 동의하지만 조급한 전면 시행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가 현행 입시제도와 상충한다는 것이다.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은 현행 입시제도 중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9년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전형 비중이 45%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 16개에 2023학년도 대입까지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교욱청 관계자는 “인천은 수시로 가는 학생 비율이 높아서 고교학점제와 입시제도 간의 괴리가 크지 않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교사는 업무양이 늘어나 걱정하지만 내년부터 교과전담 순회교사를 배치해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로 못 정한 학생, 내신 점수·친구 따라 과목 선택

진로를 정한 학생들에게 진로와 적성을 기반으로 희망 과목을 배우는 고교학점제는 도움이 된다. 대학에서 전공하려는 학과가 적성에 맞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고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하기는 쉽지 않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은 친구를 따라 수업을 고르거나 단순히 내신 성적을 받기 좋은 과목을 듣는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인천 신현고등학교를 졸업한 조혜진 씨는 "원래부터 중국어를 배웠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중국어 전공을 희망했는데 선택 과목으로 외고 학생들이 배우는 중국어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진로가 정해져 있어 고교학점제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은 드물고 진로가 바뀌는 친구도 있었다"며 “친구 따라 과목을 고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내신을 산출할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적으면 자연스럽게 1등급 학생 수 비율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진로가 명확한 학생일지라도 내신 성적을 받기 위해 진로와 관련 없는 수업을 듣는 경우가 발생한다.

"교사 수 늘리고 입시 제도 바꾸는 등 충분한 준비 필요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걱정을 표한다. 고교학점제에 우호적인 교사들 역시 현재처럼 급박하게 진행하는 것은 반대하는 상황이다. 

‘학생부 종합전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완전히 발휘하기는 부족하다.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내신 성적과 교과 세부특기사항을 중점으로 평가한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꼽힌다. 교사당 보통 2~3과목을 가르치고 많으면 4과목을 맡는 경우도 있다. 전공이 아닌 과목을 수업하는 것은 교사에게 큰 부담이다. 

일반사회, 윤리 학생 과목선택 랜선박람회.(인천시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일반사회, 윤리 학생 과목선택 랜선박람회.(인천시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과목별로 수행평가 준비, 생활기록부 세부특기사항 작성, 시험 출제 등을 하면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다.

적절한 교과서가 없는 과목은 여러 자료를 짜깁기한 인쇄물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2~3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입시 제도를 바꾸고 학급당 교사 수를 늘리는 등 충분한 시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훈 인천신현고 교사는 “특목고나 자사고 등은 학급당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에 알맞지만 일반고는 교사 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학년제를 도입하거나 학급당 인원을 조정해야 하며, 핵심은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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