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글로벌지엠의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인 스티브 키퍼가 지난 8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떠난 뒤 한국지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키퍼 부사장은 한국을 떠나기 전 언론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국에 2025년까지 보급형 모델부터 고성능 차량과 트럭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창원공장에서 2023년부터 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생산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을 개발하는 GM테크리컬센터코리아(GMTCK)의 전기차 전담 엔지니어 인력을 2배 확대하는 등의 계획도 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고 기자들이 질문하자 “현재까지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많은 언론이 이를 거론하며 한국지엠 미래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지엠은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2035년부터는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지엠에선 내연기관 자동차만 생산하고 있는데 부평2공장은 2022년 8월 이후 생산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언론 간담회 당시 일부 기자들은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불법 파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키퍼 부사장은 이와 관련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2017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231일까지 부평·창원·군산공장에서 협력업체 24곳으로부터 비정규직 1719명을 불법파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중 따로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인 비정규직은 850여명에 달한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지엠은 여러차례 자동차 직·간접 생산 공정에 하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고용방식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의 기소와 벌금형 선고도 여러차례 있었다.

키퍼 부사장의 방문 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부평공장 홍보관 옥상(캐노피)에 올라가 농성을 진행했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법원에 무기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 농성 중이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농성을 철회하고 유감을 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한국지엠에 지속적으로 전기차 생산 유치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키퍼 부사장의 방문 후 이와 관련한 명확한 답이 없으면서 지엠이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는 전기차 생산 가능성에 희망이 있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당장 계획이 없다는 것이지 앞으로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엠에서 중소형 차량을 생산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기에 향후 전기차 생산 시 중소형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한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GMTCK의 전기차 개발 인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관련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노조에 오는 25일 ‘한국지엠 생산하도급 노동자 관련 특별협의’를 하자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지엠이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직접 고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특별협의에서 직접고용을 검토 중인 비정규직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특별협의에 참석해 논의를 시작하려고 계획 중이다.

이제 노조와 함께 한국지엠이 글로벌지엠으로부터 전기차 생산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대규모 직접 고용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지역에서도 한국지엠의 전기차 생산이 유치되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게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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