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최근 부동산과 관련된 인상적인 기사를 두 편 봤다. 하나는 인천 영종도의 한 신축 아파트 놀이터와 관련된 것이다. 사건인즉 해당 아파트의 소속이 아닌 아이들이 그 아파트의 놀이터를 방문했고 아이들이 외부 주민임을 확인한 입주민회장은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이라고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최초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후 입주민 회장은 아이들의 소지품을 별도 보관하고 관리실로 데려가 훈계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보호자와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놀이터를 방문한 아이들을 기물파손죄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사는 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자격과 입주 형태(구체적으로 말하면 주거지 소유권에 비례한다고 주장되는)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한 거주민이 집에서 고기를 굽자 옆집에서 ‘원룸, 투룸 살면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의제기를 했다.

우선 상황을 수습한 거주민은 이웃의 말을 수긍하기 어려웠고 저녁에 다시 고기를 구웠다. 이에 이웃은 다시 방문해서 거칠게 항의하며 ‘자신은 전세지만 그쪽은 월세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월세를 사는 거주민이 고기를 굽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해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두 사례는 소유권의 개념을 위계의 습득과 혐오할 자격으로 오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먼저 아파트 놀이터에 대한 소유권 주장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외부인에 대한 통제에 대해 말하고 있으나 기실 주장하고 싶은 것은 ‘자기 소유에 대한 침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재산 소유자의 권리의 수준이나 범위가 소유의 정도에 비례해 승인된다는 인식이 내재돼 있다.

이는 단순히 한 명의 결함이라고만 보고 말 일은 아닌데,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향해 취해진 행동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놀이터라는 공간이 어느 정도 입주민을 우선하는 편의 시설이기는 해도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차등화’되는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부동산 소유의 정체성은 대개 이보다 덜 소유한 이들을 혐오하고 배제할 권리를 가졌다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 더해, 아이들과 비교해 월등하게 높은 사회적 지위와 발언권, 경제력을 지닌 어른이 사회적 성장과 연관되는 하나의 준 공공장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제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내가 가졌음’이 아니라 ‘자격 없는 이들을 배제함’이며, 타인과 뒤섞이며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적 경험에 대한 아이들의 공유 개념을 박탈하고 자본주의적 관점의 소유의 개념과 자격으로 아이를 학습하거나 구속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두 번째 사례를 통해서는 사적 공간을 소유했다는 것이 전능감으로 직결하는 것만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보다 덜 소유한 자의 권리가 소유의 양에 비례해 주어진다는, 즉 그만큼 권리를 박탈당할 자격을 강제한다는 점에도 있다.

이 경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되겠는데, 소유의 수준과 인간의 자격을 곧잘 등식화 함으로써 혐오를 재생산하는 구조적 측면을 가리리란 우려 때문이다.

가령 이만큼 소유했으면 이만큼 남을 부려도 좋다는 왜곡된 인식에 대해서는 고급 아파트에서의 경비원 폭행과 학대 등을 통해 거듭 목격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주거 형태를 운운하며 고기 구워 먹을 자격을 주장한 사례가 보여주듯 단순히 특정 노동 영역과 부촌의 ‘특수성’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소유 수준에 비례해 권리가 분배된다는 착오는 약자 혐오를 뒷받침하곤 한다. 10 만큼의 권리가 있다면 많이 가진 자가 9 만큼의 권리를 얻고 덜 가진 자가 1 만큼의 권리를 얻는다는 방식의 사고는 약자는 혐오할 ‘만한’ 대상이라는 정당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약자 되지 않는 특권의 획득으로서 부의 획득이라고 하는 신자유주적 욕망을 답습하고 추종하는 일이 된다. 두 사례를 돌아 오늘날 사회의 교묘하고도 긴밀한 혐오의 문제를 조금 더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