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부모·아이 교육 3주체로 어린이집 운영
“지역사회 아이들 돌보며 안전마을 조성 노력”
인천 보육환경 개선에 앞장선 협동조합 마무리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아이는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경쟁이 아닌 협력을 배우고, 놀 권리와 쉴권리 행복하게 자라날 권리를 누립니다”

이는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 23년간 운영한 희망세상어린이집의 교육 가치이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인천 부평구 부평3동에 지난 2000년 9월 개원했다.

1990년대 초중반 보육교사 몇 명이 시민사회단체 사무실 한켠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게 희망세상어린이집의 시작이었다. 이후 희망세상어린이집은 1998년 정식 인가를 받았다.

고 강희철 초대 이사장은 희망세상어린이집을 잘 운영하고, 공동육아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과 힘을 모아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현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을 1999년 10월 설립했다.

2000년 9월 개원한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지역사회와 더불어 행복한 아이, 성장하는 부모와 교사’를 목표로 공동육아를 실천했다. 그리고 2015년 공동육아의 철학과 가치를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더 많은 사업을 펼치고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조합은 줄어가는 영유아로 재정 운영이 어려워졌다. 조합은 논의 끝에 2022년 해산을 결정했고,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지난 10월 6일 이성윤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과 한희종 희망세상어린이집 원장을 인터뷰했다.

한희종 희망세상어린이집 원장(왼쪽)과 이성윤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희종 희망세상어린이집 원장(왼쪽)과 이성윤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교사·부모·아이 교육 3주체로 어린이집 운영

희상세상어린이집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양육자와 교사가 함께 기관 운영을 책임지는 어린이집이다.

이성윤 이사장은 “인천 시민사회단체 운동가들은 출산을 하면 육아로 인해 사회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시민사회운동가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구조를 자체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뜻을 같이 한 보육교사들이 희망세상어린이집을 만드는 데 가세했다. 지역의 시민들도 희망세상어린이집을 만들는 데 힘을 보탰다”며 “조합원(교사·부모·시민) 116가구를 비롯해 장학회원 165명, 후원회원 17명이 출자한 돈 7억여원으로 건물을 지어 2000년 9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고 설명했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교사·부모·아이를 교육 3주체로 세우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부모의 어린이집 일일교사 활동과 어린이집 내 교사·아동 별칭 사용, 공동체 김장과 어린이집 청소 등이 이를 위한 활동이다.

한희종 원장은 “한달에 한번 양육자가 어린이집에서 방모임(교류)을 하고, 운영회의에 참가한다”며 “교사들은 아이들의 주도적인 어린이집 생활을 위해 식단표 함께 짜기 등 어린이집 생활 전반을 아이들과 함께 계획하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와 부모는 어른의 권력을 내려놓고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얘기하기 위해 서로 반말과 별칭을 사용한다. 이는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문화”라며 “아울러 교사와 부모들도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생각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희망세상어린이집 양육자가 일일교사로서 어린이집 텃밭을 일구고 있다.(사진제공 한희종)
희망세상어린이집 양육자가 일일교사로서 어린이집 텃밭을 일구고 있다.(사진제공 한희종)

“지역사회 아이들 책임지며 안전마을 조성 노력”

1997년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불황 이후 부평구에서 제일 컸던 대우자동차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실직했다. 이들의 실직으로, 돌봄공백에 놓인 아이들이 많았다. 조합은 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주말에도 희망세상어린이집 문을 열었다.

또, 2001~2015년 어린이날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게 하기 위해 부평구 소재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부평평화복지연대, 인천사람과문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등과 함께 ‘어깨동무 내동무’ 어린이 축제를 부평·신트리공원 등에서 개최했다.

이성윤 이사장은 “IMF 경제불황 이후 부평에 실직자가 많았다. 어려운 가정 속 돌봄공백이 발생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주말에도 희망세상을 열었다”며 “조합이 14년간 어린이날 ‘어깨동무 내동무’를 개최한 것은 지역의 어린이를 지역이 함께 책임지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또, 조합은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마을이 안전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부평 신촌초등학교와 연계해 안전마을 조성, 마을연계학교 등도 진행했다.

이 이사장은 “조합은 2013년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했다"며 "조합은 아이들과 함께 안전마을지도를 만들고, 통학로 주변을 함께 다니며 보다 안전한 등·하교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은 2017년부터 신촌초등학교에서 마을연계학교 시범사업을 했고, 2018~2019년 놀이수업을 진행했다”며 “협동조합이 학교에 들어가 수업하는 사례는 드물다. 조합은 이런 마을 사업을 하며 ‘아이들을 마을에서 함께 키울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어깨동무 내동무' 어린이 축제.(사진제공 한희종)
'어깨동무 내동무' 어린이 축제.(사진제공 한희종)

인천 보육환경 개선에 앞장선 협동조합 마무리

조합은 정부가 무상보육을 실시하기 전부터 양육자의 소득에 따라 보육료를 다르게 내는 ‘차등보육료’를 실행했다. 또,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조합의 보육교사는 ‘인천보육교사협회’를 창립하는 등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힘썼다.

한희종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이 터지고 있다”며 “정부는 놀이중심 교육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놀이중심 교육이 실현되려면, 교사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육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보육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안전하고 행복한 보육환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희망세상어린이집엔 CCTV가 없다. 이는 모든 부모가 동의해야 가능하다”며 “부모가 어린이집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CCTV를 어린이집에 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하고 책임을 나누고 신뢰를 가질 때 안전한 보육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조합은 지역 내 영유아 아동 감소로 어린이집과 방과후교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합은 논의 끝에 오는 2022년 해산을 결정했고, 현재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은 그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는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 아울러 희망세상어린이집 졸업생들은 본인들의 희망세상어린이집 기억을 담아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 후원은 소셜펀치(https://www.socialfunch.org/good-kids)에서 할 수 있다.

한 원장은 “아이들 300여명이 희망세상어린이집을 졸업했다. 백서를 제작하며 졸업생들의 얘기를 듣는 데, 이들은 희망세상어린이집을 ‘장점과 꿈을 찾아준 공간,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며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제 첫 직장이다. 13년 동안 근무했다. 저는 여기서 아이와 부모와 좋은 보육환경을 고민하며 같이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자녀 3명을 희망세상에 보낸 부모이자, 이사장으로서 어린이집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결정을 하게 됐다. 현재 23년 조합 역사를 담은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며 “고 강희철 초대 이사장을 비롯해 협동조합을 운영해온 선배들에게 고마움이 크다” 말했다.

그런 뒤 "이같은 고마움을 바탕으로, 조합 해산 후에도 그동안 해온 활동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겠다" 부연했다.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은 그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는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사진제공 한희종)
인천좋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은 그동안의 역사를 기록하는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사진제공 한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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