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주한미군이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D구역에 있던 제빵공장을 철거했다. 인천시가 제빵공장을 인수해 활용하려던 계획은 물거품 됐다. 빵공장이 철거된 날 미군기지 반환운동을 했던 시민들의 마음도 무너졌고, 쓰라렸다.

빵공장이 D구역에서 건물상태가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캠프마켓은 식민지 아픔의 역사와 분단의 상흔을 간직한 곳이다. 저 빵공장을 활용해 사회 소외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나눔의 빵도 만들 수 있고, 북측과 교류하며 평화의 빵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물거품 됐다.

부평미군기지는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이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조병창에서 비롯했다. 부평에 있던 조병창이 본사에 해당하고, 평양에 있던 조병창이 지사 또는 분원에 해당했다. 다방면에서 학술연구와 교류의 매개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내 제빵공장이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하기 직전까지 사용했기에 한국에 반환 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3월 국방부에 제빵공장 인수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시의 인수의사를 주한미군에 전했고, 미군은 인수의사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그 뒤 시는 지난 4월 제빵공장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이와 동시에 제빵공장을 활용해 문화예술 공간이나 휴게시설 등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천시 캠프마켓과 관계자가 지난 8월 캠프마켓 현장을 방문했을 때 제빵공장 철거현장을 발견했다. 제빵공장은 이미 건물만 남은 채 내부 시설물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6일 1939년 일제가 조병창으로 조성한 이후 81년 넘게 시민이 들어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 캠프마켓의 담벼락이 허물어졌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부평을 홍영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81년 만에 부평미군지를 개방할 때 맨 앞에서 한민족의 의복을 상징하는 두루마기를 입고 굳게 닫혀져 있던 캠프마켓 정문을 열었다.

그런데 정작 캠프마켓 빵공장이 무너질 땐 소통이 부재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천시와 인천의 정치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는 데 있다.

앞서 얘기한대로 시는 올해 3월 국방부에 제빵공장 인수의사를 밝혔다. 국방부는 인천시의 인수의사를 주한미군에 전했다.

올해 3월 인천시, 주한미군, 국방부 등이 합동 조사를 진행했던 만큼 시민들은 빵공장 시설물 활용계획이 무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시는 지난 4월 제빵공장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국방부 등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빵공장은 이미 건물만 남은 채 내부 시설물이 모두 철거됐다. 이 상황에 이르기까지 인천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 역시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81년 만에 개방이라며 떠들썩하게 행사를 치렀지만 채 1년이 안 돼 활용가치가 높았던 제빵공장 시설이 모두 철거 됐다. 시의 행정이 안일하고, 시와 국방위원회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간 소통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홍영표 의원실의 해명은 소통이 부재했음을 오히려 방증한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빵공장 철거에 대해 “인천시가 의원실에 빵공장 시설물 활용 의사를 정식적으로 요청한 사안도 아니었다. 아이디어 차원이었고, 이를 미군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빵공장은 철거 됐더라도 A구역과 D구역에 건축물이 상당히 남아 있는 만큼,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해 시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국방부,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아울러 캠프마켓은 시민운동으로 반환한 곳이다. 건물 보존과 활용 방안에 시민의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시는 빵공장 철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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