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인천투데이│지난 9월 6일 인천시의회는 ‘인천시 보육재난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어린이집 재원중인 6세 미만 영유아, 가정 내 양육을 받는 영유아, 취학 유예로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6세 이상 아동등 인천지역 영유아 대부분이 보육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조례안에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자녀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한 조처로 인천시는 ‘시장 권한으로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외국인 자녀 1500명’에게 같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보며 이주아동의 권리 불평등 관련 심난하고 답답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권리가 불평등할 때 이주민들은 늘 시혜와 선별의 대상이 된다. 어린이집에 재원중인 외국인 자녀 1500명은 졸지에 시장의 ‘특별한 생각과 마음’ 따위 등으로 다행히 보육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도적으로 수정된 것이 아니기에 지원받을 수 있는 외국인 자녀는 ‘1500명’에 한정됐다. 그 1500명은 선착순인가, 또한 향후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다음 재난지원금의 이슈가 생길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역시 권한있는 자의 ‘특별한 생각과 마음’이 될 터이다.

둘째, 이주아동에 대한 그 ‘특별한 마음’도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대부분의 외국인 자녀들은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육비를 보조받지 못한다. 정부 보조금 없이 40~50만원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은 자녀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못한다.

어린이집에 사정을 하고 운좋게 좋은 원장을 만나 보육비를 감면받아야 30만원 가량의 보육비를 내고 보육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자녀가 여러명이라면 모든 자녀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육재난 상황에 놓인 이주아동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외국인 자녀’로 지원대상을 한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서부터 불평등이 시작됐는지 인천시의 이해가 없어 생겨난 일이다.

이주 관련 단체들의 성명과 항의가 이어졌고,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10월 20일 ‘외국인주민 자녀(가정양육아동) 보육재난지원금 지원’ 조항을 신설한 ‘인천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가결해 이주아동들이 보육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인천시는 11월에 미취학 이주아동 2758명에게 보육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발표를 보고 더 허탈했다.

당초 1500명에 한해 주겠다는 계획처럼, 이번에 발표한 2758명이라는 숫자가 선별되고 제한돼야 하는 숫자가 아니라 해당 연령 이주아동의 전체 숫자라면, 우리는 고작 3000명도 안되는 이주아동에게 보육비를 지원하지 못해 보육기관을 이용하지 못했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제도로 보육재난지원금의 지원 근거를 명문화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이주아동의 평등한 권리가 확보됐다고 보기는 요원하다. 재난의 시작은 불평등이다. 불평등의 해결은 모든 이주아동에게 차별없이 보육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왜 많은 이주아동이 보육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과연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한 이주아동 지원의 공백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고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천시는 과연 이주아동의 불평등을 해결할 의지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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