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구월동·부평역서 행진 벌여
온라인 피켓 시위와 행진 현장 생중계
성소수자 가족 다큐 특별상영도 진행

인천투데이=김샛별 기자 | 인천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4회 인천 퀴어문화축제가 마무리됐다. 이번 축제는 ‘무지개 인천, 다름으로 빛나다’를 주제로 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제4회 퀴어문화축제 취지와 일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23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축제를 진행했다.

'무지개 인천, 다름으로 빛나다'는 여러 색이 함께 있는 무지개처럼 다름의 가치가 빛나는 연대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제4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줌 화면 갈무리)
제4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줌 화면 갈무리)

23일 진행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는 사전 신청을 받아 줌(ZOOM)을 이용해 소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 등의 내용으로 피켓을 만들고, 피켓을 소개하며 참여했다.

소규모 행진과 1인 시위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역사가 담긴 동인천역 북광장과 구월동 로데오거리, 부평역 광장에서 소규모 행진과 1인 시위를 했다.

동인천역 북광장은 2018년 제1회 퀴어축제가 열린 곳이다. 당시 축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이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임에도 물리력을 동원해 행사를 방해하고 퀴어축제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행사를 방해하거나 참가자에게 폭력을 가한 이들은 법원에서 줄줄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답동성당까지 진행한 행진에는 조정일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문영미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인천성소수자인권모임 회원들이 참여했다.

조정일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은 “3년 전 동인천역 북광장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외치던 역사적인 곳이자 인권 사각지대를 드러낸 곳”이라며 “그날의 상처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시 행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는 제1회 퀴어축제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던 곳이다. 이혜연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등이 로데오거리에서 인천시청까지 행진했다.

신영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이곳에 모여 1회 축제를 방해한 세력에 맞서 성소수자 권리를 당당히 외쳤다”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제2회 퀴어축제가 열린 부평역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인천여성민우회 회원들과 민주노총인천본부 조합원, 기독교 성소수자 지지단체 ‘큐앤에이’ 회원 등 참여했다.

권명복 인천여성민우회 대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 단식, 국민청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드시 이루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23일 동인천역에서 답동성당까지 행진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23일 동인천역에서 답동성당까지 행진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23일 부평역에서 1인 시위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참여자들이 23일 부평역에서 1인 시위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인천인권영화제와 ‘너에게 가는 길’ 특별상영회 열어

성소수자 가족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변규리 감독과 영화 출연진들 GV 참여

23일에는 퀴어축제 오프라인 행사로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특별 상영회도 진행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인천인권영화제와 함께 롯데시네마 부평에서 성소수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너에게 가는 길'을 상영했다.

'너에게 가는 길'은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이 자식들의 커밍아웃 이후, 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상영 후 변규리 감독과 영화 주인공인 성소수자 가족 나비, 비비안이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했다. 관객들은 오픈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감상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겼다.

변규리 감독은 “성소수자 가족들이 겪는 갈등을 조명하는 것보다 함께 헤쳐나가면서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너에게 가는 길' 상영 후 감독과 영화 주인공들이 GV에 참여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너에게 가는 길' 상영 후 감독과 영화 주인공들이 GV에 참여했다.(사진제공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비비안과 나비는 자식의 커밍아웃 이후 변화한 점, 혐오 세력에 맞서는 법 등을 관객들과 이야기했다.

비비안은 “자식의 커밍아웃을 들은 후 영화를 찍으면서 편협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성소수자를 잘 몰라서 두려워하고 혐오하던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뉴스나 다큐멘터리 출연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나비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참여하면서 성소수자라는 세상 안으로 다양한 사람을 끌어당겨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GV는 동인천역에서 열린 1회 퀴어문화축제가 생각나 특히 감회가 새롭다”며 “여러 퀴어축제를 다니며 혐오 세력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볼 때마다 강해지고 단단하게 뭉쳐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한 관객은 “청소년이자 성소수자다. 커밍아웃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만약 커밍아웃하면 영화처럼 되길 바라면서 영화를 봤다”며 “마스크가 젖을 정도로 오열하며 관람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너에게 가는 길’은 오는 11월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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