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코로나19 이후 비상하게 지나온 두 번째 해가 저무는 시기이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고 불가항력의 영역이 너무 많은 감염병 재난 상황을 두 해나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 왔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난 9월 15일 부평구보건소에서 근무해온 한 공무원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상황실에서 코로나 역학조사 업무를 담당한 고인은 사망하기 전 월 초과근무가 120시간에 육박하는 근무환경에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따져본다면 어림잡아 하루 14시간 정도, 즉 9시에 출근해 12시 정도에 퇴근하는 생활이 한달 내내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노동조건에서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기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이 이처럼 의료, 방역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을 ‘갈아 넣어서’ 가능했다는 것은 이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코로나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통상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일부를 9시까지 운영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고충이 가중됐다. 선별진료소를 이렇게 늦게까지 운영한다는 것은 확진자 역학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밤새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부평구보건소 공무원의 죽음을 계기로 인천시 방역 정책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공무원노조 인천본부가 대책위를 구성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책위가 인천의 보건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답변자 384명 중 약 40%가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9월 사이에 월 초과근무 시간이 80시간 이상이었다.

고인과 마찬가지로 확진자 역학조사를 하는 상황실 근무자의 경우 그 비율은 77%나 됐다. 이 밖에도 코로나 업무 수행 중 가장 힘들었던 일로 악성·항의성 민원 응대가 62%, 인천시 과잉 대응과 일방적 업무 지시가 61.7%로 제일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인천시의 기민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는 실태조사 결과이다. 고인의 죽음 직후 노동조합의 항의면담을 거치며 추석 때부터 선별진료소 운영이 6시까지로 조정되긴 했다. 그 후 10월 6일 인천시의 개선대책이 나왔지만 야간 역학조사 폐지, 인력충원 등 과로업무를 개선할 만한 핵심 대책은 없었다.

그후 민주노총과의 추가 협의 중 인천시는 노조와의 협의로 실효성있는 대책 수립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모든 것이 감감무소식이다. 비상상황에서 시민의 건강을 위해 야간 역학조사가 불가피하지 않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그러나 새벽 시간의 역학조사가 대상자들의 제대로 된 협조를 얻기도 어렵고 항의성 민원만 증가할 뿐이라 그 실효성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선 업무 담당자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코로나가 던져준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재난 상황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민주적 대처법의 중요성이다.

불평등의 극단에 위태롭게 서 있는 사회구성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생계와 고용의 위기 등 다양한 피해를 감내하는 시민들, 공동체의 안전과 시민의 건강을 위해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며 필수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 이들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경험이 재난상황에서 치루고 있는 막대한 유무형의 비용을 그나마 헛되지 않게 할 것이다.

인천시가 지금까지와 같이 일선 현장의 입장에서 해법을 찾지 않고 일방적인 지침 하달식 업무 방식을 고수한다면 위드(with) 코로나 이후에도 일선 노동자들의 과중업무와 고통은 지속 될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과의 대책 협의에 시급히 나설 것을 인천시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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