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36·부평2동)

부평남부고가교가 23일, 화려한 준공식과 함께 개통됐다. 2년 동안 공사의 불편함을 주민들이 감수하며 기다렸던 준공식이다.

안타깝게도 준공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80대 노모가 남부고가교 노상에서 준공식을 위해 물청소를 하고 있던 살수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평2동에 거주하는 84세의 할머니는 저소득 경로연금 수급자로서 몇 천원 벌이를 위해 폐휴지를 모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날 할머니는 작은 손수레에서 바닥에 떨어진 종이박스를 줍는 도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뒤를 봐주는 사람도 없이 후진하는 노면 청소차량인 살수차에 압사를 당한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다음날, 23일 오후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준공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인사말을 하고 테이프를 자르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모두 주민의 숙원사업이라며 자신들의 공이라고 자랑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칭찬하며 몇 십억원을 서로 가져왔다고 하면서, 시장은 구청장에게, 구청장은 구의원에게, 그 다음에는 현역 국회의원이 나서서, 자신들도 이 공사에 힘을 썼다는 듯이 서로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여념이 없다. 때로는 동네 목사님이 기도한 덕분이며 그래서 그분에게 고맙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나온다.

구민의 혈세로 만들게 되어서 정말 고맙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힘든 생계에도 세금 잘 내주어서 이 다리가 생겼다고 주민들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 다리에 차가 지나갈 때 그 할머니에 대한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치적 자랑과 홍보에 열 올리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들의 미소에 한 쪽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이 답답하다.

사고를 낸 운전기사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안전사고에 있어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관청의 안전 불감증과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일언반구 없는 것에 정말 화가 난다.
공사현장 안전사고율이 높은 현실에서 조금만 주의했어도 그런 끔찍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부고가교 준공식만 화려하게 준비했을 뿐, 행정관청의 안전불감증이 이러한 사고를 발생시킨 것이다.

공식행사를 마친 뒤 대부분 노인들인 참석자들이 기념품과 떡을 받으려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넘어지는 등 준공식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여기 저기 아우성이 오갔다. 심지어 행사 관계자는 기념품을 참석자들의 머리 위로 던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다 안다. 기념품과 떡을 줄테니 꼭 오라고 초대를 했을 것이고, 이는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고, 말을 안했지만 주민들이 구에서 제공했다고 알 것이고, 그러니 이번에도 우리를 꼭 찍어달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구청장은 준공식에서 구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돌아가신 노모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서로가 지역의 지도자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픈 마음을 외면하며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잡는 모습에 주민의 한 사람으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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