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ㅣ인천 중구에 김구 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중구는 김구 선생이 두 번이나 옥살이를 하고 탈옥을 했던 역사성이 있는 장소이다. 그런 역사성을 살려 김구 거리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다.

그러나 현재 조성 중인 김구 거리는 김구 선생을 기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고 조악해 오히려 부끄러운 모습이라 유감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문화 강국의 소망을 피력했다. 경제력이나 군사력 강국이 아니라 문화 강국이 되기를 소망했던 선생의 혜안이었고, 그런 김구 선생의 소망은 현실로 이뤄졌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대중 음악계를 평정했고, 한국 영화는 기생충을 위시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 시청자들을 열광케 만들었다. 김구 선생의 희망대로 한국 문화는 우리 자신은 물론 세계인에게 행복을 주고 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문화 강국을 염원한 김구 선생의 생전 소망이 이뤄진 지금 이 시점에, 김구 거리를 조성한다는 기획은 매우 시의적절한 시도이다. 더구나 중구는 선생의 족적이 진하게 드리워졌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정말 칭찬할 기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구 거리 조성의 표현 방식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인천 중구 신포동 김구 거리 가로등에 설치된 상징물.
인천 중구 신포동 김구 거리 가로등에 설치된 상징물.

김구 거리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절했을 지를 고민해 본다면, 현재 만들고 있는 김구 거리의 표현 콘셉트는 이만저만 아쉬운 것이 아니다. 지금 조성 중인 김구 거리의 콘셉트는 근시안적이고, 설령 백보 양보해서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표현 방법은 조악하기 그지없어서, 실망스럽다.

김구 선생이 인천 감리서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강제 노역에 동원된 것은 사실이고, 그런 김구 선생의 고난을 표현하려 한 것이 김구 거리 콘셉트이다. 과연 이것이 적절했을까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김구 선생이 가장 소망했고, 또한 지금 현실로 이루어진 문화 강국을 김구 거리의 콘셉트로 잡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설령 강제 노역 콘셉트의 적합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 김구 거리에 세워진 가로등이나 조형물들은 평소 문화를 강조했던 김구 선생에 걸맞은 품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가로등 디자인은 조악하기 그지없고, 가로등에 새겨진 조각은 김구 선생이 강제 노역을 하던 개항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주변 경관과 심각한 부조화를 보인다. 강제 노역을 설명하는 다른 조형물들도 생뚱맞기는 매한가지이다.

사실 비단 김구 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구의 경관 사업은 대부분 이렇게 문화적 소양과는 거리가 멀게 진행됐다. 신포동 일대에 생긴 조형물 중에는 심지어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조형물도 있다.

중구는 오래전 개화기 시절에도 가장 세련된 문화와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지금, 중구의 문화적 감각과 소양은 100여 년 전보다 오히려 더 퇴화한 것처럼 느껴지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다.

최근 들어 중구에는 새롭게 단장한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상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들 민간 사업자들은 각자 나름 세련되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상점을 꾸미고 있고, 오래된 역사의 거리와 대부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공공사업은 이런 민간의 노력을 뒷받침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경관을 해치고 있다. 개항장의 오랜 역사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신포동 일대 거리가, 공공이 설치한 각종 시설물들이 무감각하게 배치되고,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념 없는 디자인이 거리 풍광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

중구의 주민으로, 이곳 중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사랑하고, 외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닌다. 중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서 신포동을 찾는 외지인들도 많다.

오랜 역사와 더불어 중구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이 아름다운 매력을, 공공사업이 도와주고 살려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풍광을 해치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공공이사업을 진행할 때, 신포동 일대가 갖는 상징성과 매력을 살릴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을 충분히 고민하고 진행하기를 촉구한다. 주민들의 세금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높아진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역사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진행 중인 공공사업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 향후 문화 강국의 모습에 걸맞는 공공사업을 진행하게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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