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퇴근길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 마스크를 썼어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반가운 지인을 만났다. 오랜만이라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묻고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고 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 아직도 온기가 남은 내 손을 바라봤다. 요샛말로 뇌를 통하지 않고 먼저 반응한 나의 손.

근대화되며 들어온 서양 문화로 우리의 인사문화도 다양해졌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 악수하기도 하고 부둥켜안는 인사도 한다. 악수는 반가움과 관심의 표현으로 신체접촉을 해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인사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악수의 유래를 보면 고대 바빌론에서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의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와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가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인사법을 그의 장군들에게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세 시대 때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곤 했는데 적을 만났을 때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서 적의를 표현했고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는데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인사법으로 자리매김했다고도 한다.

특히 비즈니스, 직장생활, 사회생활 있는 곳에서는 악수 인사를 많이 한다.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하는 것이 문화가 됐고, 사회적 지위가 같은 여성과 남성의 경우는 여성이 먼저 하는 게 예의라고도 알려졌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악수를 먼저 청해서 거절당했다는 경우도 있고, 스킨십이다 보니 같은 지위에서는 여성이 먼저 하지 않는데 남성이 하려 하면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악수도 결국 수평적인 인사법이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인사문화인 셈이다.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악수를 종종 받는다. 크고 작은 지역행사, 공무원, 정치인을 만날 때는 어김없이 악수를 받는다. 흔쾌하지는 않아도 사회문화이니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해 문제의식 없이 응했다.

그러나 즐겁고 반가운 것이 아니라 낯설고 피하고 싶고 불편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손을 불쑥 잡는 것이 편치는 않은 일이다. 인사는 반가움의 표시로 본인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어느 날 용기를 냈다.

모두 악수를 하는 상황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악수는 슬며시 거절했다. 그랬더니 주변의 반응은 ‘손 한번 잡아주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말로 유세 떤다는 표현으로 되돌아왔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악수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손을 맞잡는 인사만이 서로의 반가움의 표시일까. 신체를 접촉하는 악수가 불편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까.

코로나19 팬데믹(진염병 경보 최고 위험 등급 단계) 선언 이후 각국 보건당국은 국가 차원에서 타인과 접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면서 악수 대신에 주먹이나 팔꿈치를 부딪치는 인사법을 권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이 만나면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굳이 악수하지 않아도 인사를 나누는 다양한 방식을 경험해보는 듯하다.

결국 인사는 자신의 방식으로 예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악수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신체가 접촉하는 상황인 만큼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면 악수는 생략하고 다른 인사를 나누자. 우리에게는 허리 숙여 인사하는 좋은 인사법이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