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 북측이 10.4 남북정상공동선언 14주년 되는 날 끊겼던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 군 통신선도 정상 가동됐다. 남북 통신선 복원에 미국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회담 개최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한 남북관계 개선은 같은 해 4.27판문점선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에 이은 9.19평양선언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9년 2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진행한 북미회담이 결렬 된 후 남북관계는 2018년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갔다.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북측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남북 간 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뒤, 지난해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이 같은 해 9월 설치한 공동연락사무소는 21개월 만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북측은 대북 전단문제로 끊었던 남북통신연락선을 올해 7월 다시 복원했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8월 10일 오후부터 다시 연락선을 끊었다.

그 뒤 남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남북연락선 복원 등 남북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북측 조선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유화적인 발언을 한 데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연락선 복원' 의지를 밝혔고, 10.4선언 14주년 되는 날 연락선 복원으로 이어졌다.

남북은 이날 오전 9시 공동연락사무소 개시통화를 진행하고 오후 5시 마감통화를 했다. 서해와 동해 남북 군 통신선도 정상 가동됐다. 남북 연락선 복원이 10.4선언 14주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 양측이 다시 남북관계를 다시 개선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측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남북통신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미국도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환영했다. 미 국무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북 간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그것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측은 남북연락선을 재가동하면서 중대과제 선결을 강조했다. 북측은 "남조선 당국은 북남통신연락선의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이 말하는 중대과제는 대북적대 정책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북측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을 대북적대정책으로 규정하고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측이 지목하는 핵심 대북적대정책은 한미연합훈련이다. 이 문제에 남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도 성과를 거두느냐 아니면 제안에 그치고 말 것인가 결정될 전망이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각계각층의 협력과 교류,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서해평화수역 창설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역사적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데 한국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는 데 북미관계 영향이 상당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라는 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고, 한국 정부의 자율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에서 바이든 정부로 바뀌고 미국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남북은 판문점선언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약속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대북제재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그동안 자율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 한미 워킹그룹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워킹그룹을 이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조율하는 협의체 전환해야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

10.4선언 14주년 끊겼던 남북연락선이 복원됐다. 남북관계가 다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되새기고 이를 이행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남측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측에 백신을 제공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신뢰를 쌓길 바란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동으로 입장하고, 공동응원단이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이징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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