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섭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인천투데이│

첫 장면.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인천문화재단 평화문화예술교류사업단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가 있다. 2007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대니 아처 역), 디몬 하운수(솔로몬 역) 등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이다.

영화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을 배경으로 반란군에 잡혀 다이아몬드 채굴 노역을 하는 솔로몬이 유래 없이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무기밀매상이었던 대니는 솔로몬이 다이아몬드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솔로몬은 반군에 끌려가 있는 아들을 되찾으면 다이아몬드를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둘은 목숨을 걸고 반군 지역으로 들어가 솔로몬의 아들을 구한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가 울림을 준 이유는 바로 아프리카 ‘소년병(少年兵)’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년병은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 군인 또는 그로 이루어진 군대를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선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반군과 정부군이 미성년 소년들을 군인으로 징집해 왔으며 이후 각 분쟁 국가마다 그 규모가 확대돼 갔다. 이러한 소년병은 10~18세 사이 청소년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전투에서 부상으로 혹은 질병으로 죽거나 지속적인 살인과 폭력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유엔은 1989년 ‘아동의 권리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만 15세 미만의 아동을 징집 또는 모병하거나 적대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두 번째 장면.

 

그런데 현대 전쟁의 소년병은 아프리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프리카 보다 먼저 소년병이 참전한 사례가 있다. 바로 한국전쟁이다.

아래의 두 사진은 미국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 : Nation Archive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 소장 중인 영상 중 111.ADC.8326번 영상(사진 왼쪽)과 111.ADC.8798번 영상(사진 오른쪽)에 나온 모습이다. 이중 8326번 영상은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에서 연합군에 포획된 인민군 병사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 8798번 영상은 1951년 12월 4일 이후 촬영된 것으로 강화에서 활동한 게릴라 부대인 켈로 부대원들의 모습이다.

두 영상은 모두 소년병을 촬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상 속 인물들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10대 중반의 청소년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렇듯 이미 한국전쟁에선 남과 북 모두 미성년의 청소년을 전쟁에 동원했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이념에 따라서 소년병이 되었던 것일까. 겁에 질린 인민군 소년병과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 채 자기 키보다 큰 총을 메고 웃는 게릴라 소년병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세 번째 장면.

한국에선 소년병들을 학도병과 의용대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2010년대 이르러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포화속으로’와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이 그것이다.

당시 영화에서 학도병은 공산군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그들의 죽음은 조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그려졌다. 틀린 말은 아니다. 포항에선 학도병 71명의 활약으로 부산으로 진격하던 인민군을 막았으며 영덕 장사리에선 학도병 772명이 투입돼 결국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전쟁이 지닌 잔혹함과 처참함을 놓치고 있다. 실제 포항전투에 참여했던 학도병 고(故) 이우근은 어미니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글로 당시 전투를 묘사했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자신이 사살한 적에 대한 인간적 연민과 비참한 전장의 모습,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지난 2021년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71주년이었다. 신화가 된 작전의 무대 인천은 이제 무엇을 말해야 할까? 필자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다만, 고 이우근이 쓴 편지 내용으로 갈무리 하겠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을 두고 10명은 될 겁니다. 나는 네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저의 고막을 찢어 놓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찼습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이하 생략)…

‘학도병 고 이우근의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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