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제81회 인천마당 강연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망가지고 있는데‧‧‧ 관심 없어”
“교통‧의료체계 부족‧‧‧ 기본권 보장받지 못하는 섬”
“'섬 숫자도 모르는 정부' 관제탑 기능할 조직 필요”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섬 주민들은 오랜 세월 국경의 변방인 섬을 지켜온 고마운 사람들이다. 섬 주민들은 우리 부모이자 형제, 자매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섬과 섬 주민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마땅하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은 제81회 인천마당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는 지난 27일 제81회 인천마당을 개최했다. 강 소장은 이날 ‘당신에게 섬’이란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강 소장은 전남 보길도에서 태어나 20여년 간 국내 섬 400여 곳을 탐방하고 조사활동을 해온 시인이자, 섬 연구자이다. 그는 ‘당신에게 섬’, ‘섬을 걷다’,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를 집필하기도 했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울릉도, 태풍 지나가 역대급 피해에도 관심 못받아"

강 소장은 지난해 9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 관련 언론보도를 보고 분노했다.

태풍 두 개가 연달아 지나가면서, 울릉도는 역대급 피해를 입었지만, 당시 언론은 태연했다. 언론은 ‘하이선, 울릉도 관통’이 아닌, ‘강릉 동남쪽 150km 부근 해상을 지나기에 국내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강 소장은 ‘섬에도 사람이 있다’라는 성명서를 썼다. 언론도 정부도 울릉도 피해에 관심이 없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쓴 성명서를 보면, “피항해 있던 300t급 여객선이 침몰하고 50t이나 되는 테트라포드(방파제 등에서 사용되는 사방으로 발이 나와 있는 콘크리트 블록)가 부표처럼 떠밀려와 터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풍이 내륙을 비켜 동해로 빠져나간다고 육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올리고 있을 때, 울릉도 섬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또, 어떤 피해가 생길지 걱정에 잠 못 들고 있다”고 썼다.

성명서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언론은 ‘하이선 동해상으로‧‧‧ 울릉도 피해는?’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태도를 바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피해복구를 약속했다.

강 소장은 “울릉도 피해상황을 접하고 20분 만에 성명서를 썼다. 오랜 세월 동안 섬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동했기에 문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며 “짧은 성명서 한 장으로 섬 주민 수천명이 태풍 피해 지원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례는 (다른 섬들 보다) 독도‧울릉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보니 순간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육지사람들은 섬에 대해) 잊어버린다. 섬은 육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있다 보니, 얼토당토 않는 사업이 벌어지곤 한다”고 지적했다.

사곶해변.
사곶해변.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망가지고 있는데‧‧‧ 육지사람들 관심 없어”

백령도 간척 사업은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가 1991년~2006년 800여억원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 ‘간척지 개발사업’이다.

이 간척 사업으로 476ha(144만평) 갯벌이 매립됐는데, 사업 결과 250ha(75만평) 농업용 간척지가 생겼고 129ha(39만평) 담수호(백령호)가 만들어졌다.

간척이 되기 전 갯벌은 꽃게와 가자미가 넘쳐나는 황금어장이었다. 김 양식과 굴 양식은 지역 어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줬다. 간척 사업으로 144만평 규모 황금 갯벌이 사라졌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거의 없다.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1999년 완공한 담수호인 백령호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호의 염분 농도가 너무 높아 주민들은 백령호를 농업용수로 쓸 수 없었다.

여기에 천연기념물인 사곶해변 사빈까지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곶사빈은 1990년까지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할 정도로 단단했다.

그런데 강 소장이 현장 조사를 갔을 때 사곶사빈은 사람의 발도 빠질 정도로 물러져 있었다. 1~2cm만 걷어내도 펄층이 나타났고, 썪은 악취까지 풍겼다.

강 소장은 “몇몇의 탐욕 때문에,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없애버렸다. 인천 섬에 이런 일이 생겼지만, 다들 관심이 없었다”며 “언론에 제보하고,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등 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으로 문화재청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며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차례 진행한 간담회에서 '역학조사 결과, 천연기념물이 망가지는 원인이 간척사업이라면 문화재청이 역간척 사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교통체계 부족‧‧‧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섬”

강 소장은 “육지에서 살면서 버스‧지하철‧비행기 등 온갖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섬 주민들에게 육지와 연결될 수 있는 교통 수단은 배 하나 뿐이다”며 “그런데 결항률이 엄청나다. 3일만 지하철이나 버스가 운영하지 않는다면 육지 사람들은 난리가 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역별 여객선 연간 운항정지일수는 ▲포항~울릉 147일 ▲인천~백령 93일 ▲여수~거문 91일 ▲목포~홍도 53일 등이다.

강 소장은 “거의 100일 가까이 배가 결항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년에 3분의 1을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한 채 섬 주민들은 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응급의료 체계 부족‧‧‧ 예산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강 소장은 “백령도에서 임산부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배가 안 떴고 수술을 못해 목숨을 잃었다. 응급의료 체계가 부족해 섬 주민들이 제때 치료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령도에서 응급헬기 한번 뜨는 것이 쉽지 않다. 백령도가 북측과 인접해 있다다보니, 전투기 두 대가 옆에서 호위해야 한다"며 "응급헬기 한번 운영할 때 마다 1000만원이 넘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환산해 보니 1년에 50억원이 넘게 들어가고 있다”며 “예산이 없는 게 아니다. 행정을 비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 예산이면, 백령병원에 의료인력‧인프라 확충에 쓰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전방에서 영토를 지키는 섬사람에게 예의를 갖춰야"

강 소장은 “한국은 내륙영토보다 해상영토가 약 4.4배 넓다. 최전방에서 해상영토와 그 안의 자원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섬 사람들이다”며 “1980년에 유인도가 약 1000개였는데, 지금은 460개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서격렬비열도가 무인도가 되니, 중국인이 이 섬을 사려고 했었다. 팔려고 가격이 오고가고 했었다”며 “중국인들이 만약 한국 섬을 매입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겠는가. 바로 영토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섬 숫자도 모르는 정부‧‧‧ 관제탑 기능할 조직 필요”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국가기관이 발표한 섬 숫자가 다르다.

강 소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각 기관별 집계한 국내 섬 숫자는 ▲한국통계연감 3170개(2005년) ▲행정안전부 3339개(2011년) ▲국토교통부 3677개(2015년) ▲해양수산부 3348개(2020년) ▲국가통계포탈 3952개(2020년) 등이다.

강 소장은 “섬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지자체들도 마찬가지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섬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리 없다. 섬 주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은 없고 이벤트성 정책들만 있다 보니 성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섬은 지자체에 속해 있는 데 섬만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냐’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인천 시내 사람들이 백령도 주민들의 고통을 알 수 있을까? 섬은 지자체에서 가장 소외되는 곳이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섬을 위한 관제탑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정부에  지속 요청했다. 행안부 산하에 한국섬진흥원이 만들어졌다”며 “섬진흥원의 이사를 맡고 있는데, 앞으로도 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일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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