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한재각│한티재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올해 7월 26일 인천에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인천 서구에서 50대 일용직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5년 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재해자는 156명이다. 이 중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더위로 인한 일용직노동자 사망자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무더위가 가장 심한 오후 2~5시 강제 작업중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기후는 ‘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인류에게 ‘위기’로 다가왔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정의 표지.
기후정의 표지.

“기후위기는 모든 인류의 공동 문제이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문장이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 8월 6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현재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당시보다 1.1도 올라, 마지노선으로 정한 1.5도 상승에 불과 0.4도만 남았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날로 심화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량을 감축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이 수렴하는 수준까지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내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는 게 골자다. 국제수준에 훨씬 못미치지만 여튼 한국도 우선 탄소중립을 위한 법안을 마렸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기후위기 극복은 인류의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 책은 ‘기후변화가 아닌 체제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는 식량‧주거‧노동 등 현재 사회적 불평등을 더 심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강조한다.

부유한 국가와 부자들이 온실가스 대부분을 배출하고 가난한 나라와 빈자들이 그 피해를 감당한다. 이 진실은 기후위기를 논의할 때나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종종 생략된다.

다시 글 초반에 나왔던 ‘폭염으로 인한 일용직노동자 사망 얘기’로 돌아가보자. 고용노동부가 ‘공사 중단’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냈지만, 정작 공사가 중단된 공사 현장은 많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임금 보전’에 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임금 보전’이 되지 않으면 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 임금이 생활과 직결된 만큼, 폭염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강행하려는 노동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당장 쪽방 거주자, 홀로 사는 노인, 에너지 빈곤층 등이 기후위기로 일자리를 잃고 있다.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고 있다. 기후위기의 결과를 가장 먼저 치르고 있는 ‘최대 피해자’는 가난한 나라와 빈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노력에 비해 국가와 기업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100년 동안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자동차 대신 걷기를 선택해도, 영흥화력발전소는 그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런 불편한 진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 기후위기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하고 있는 부유한 나라와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 정책에 힘을 쏟아야한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논할 때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얘기를 반영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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