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홍인희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인천투데이│2020년에 열려야 했던 도쿄 올림픽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편성표는 올림픽 중계로 가득 찼다. 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계속돼 확진자 현황이나,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여러 가지 위중한 현안이 눈앞에 있는 와중에 지난달 26일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지난 5월 국제자연보존연맹이 한국 갯벌의 반려 의견을 제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산 구역이 좁고,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핵심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핵심 지역은 바로 인천의 강화와 영종, 송도, 경기 화성, 아산만 등 서북부 갯벌이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기사를 보고 인천이 빠진 채로 어떻게 등재가 됐는지 궁금해졌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재됐다.

현재 등재 대상 지역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이다.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번 등재를 밀어붙였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를 받은 유산이 2단계나 뛰어 넘어 등재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외교력의 힘이었을 것이다. 이제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어떻게 이들 지자체를 설득하고 확장하는 것에 힘을 기울일지 그것이 궁금하다. 실제로 반려를 받은 이후 문화재청은 확대 구역에 해당하는 지자체를 방문했단다. 갯벌이 소재한 전남·전북·충남 등은 세계유산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강화군은 세계유산 등재 반대 집회를 할 정도로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지난 7월 강화군 수산경영인 90여 명은 강화 갯벌 세계유산등재 반대 집회를 했다. 이러한 목소리를 대변하듯 강화군수도 요지부동이다.

이미 강화 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는 없다고 문화재청은 늘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제로 더 많은 규제가 없다고 약속을 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지만, 인천이 빠진 것은 정말 유감이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그곳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한국의 갯벌은 유산 구역의 확대를 약속하고 등재된 것이므로 만약 확대가 되지 않는다면 올해 영국 리버풀처럼 세계유산 자격이 박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엘베강에 발드슐뢰센 다리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해 세계유산에 취소됐지만 주민들은 다리 건설로 오히려 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다.

문화재 보존과 복구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에서 일하고 있는 조유진의 2015년 ‘드레스덴 엘베계곡의 사례로 본 세계유산 보존 정책’ 논문을 보면 문화유산은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유산을 더 이상 유리장 안의 유물로만 치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유진의 논문에 따르면, 세계유산협약은 유산의 보존을 위해서 유산 주변에 있는 공동체의 역할이 필수불가결함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보존 방향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 협력에 관해서는 장기적이고 이상적인 방향의 보존 원칙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이러한 방향성과 실천을 갯벌 주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어떻게 실천할지 보여줘야 한다.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문화재청과 인천시와 그리고 주민들이 분명히 이뤄낼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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