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ㅣ폭염과 코로나19에 몸과 마음도 지쳐간다. 시원한 바닷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 집근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천은 해양 도시이니 큰 돈 들이지 않고 가까운 인천 내항 친수공간에 가서 가족들과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다면, 정말 현실에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럴 수 없다.

인천은 말만 해양친수도시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까운 해변은 대부분 군 철책으로 막혀 있고, 168개 된다는 섬은 해상교통이 열악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인천시민에게 바다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인천 내항1·8부두를 개방했지만 친수공간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제 항만은 산업기능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여가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친수공간 역할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내항 1·8부두는 바다를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 공공성이 가장 중요하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4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인천 내항 및 주변지역 공공재생을 위한 시민행동은 시민에게 바다를 돌려주기 위해 지난해 3월25일 출범했다. 80일 1인 시위와 7차에 걸친 집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인천 내항 재개발 방향이 ‘공공재생’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해수부와 인천시가 시민에게 1·8부두를 친수공간으로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계속 실패했던 그간 경험을 반복해선 안 된다.

공공성 원칙을 분명히 하고 그간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인천시는 8부두 소재 곡물창고 용지를 ‘상상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220억원을 들여 인천항만공사로부터 매입한 사례가 있다.

시민행동은 지난 6월 7일 1·8부두의 공공재생 방안으로 ‘인천시 매입’을 박남춘 시장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그 뒤 정무부시장과 면담에서 매입뿐만 아니라 임대차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매입보다 추진 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재정부담도 대폭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6월 29일 해수부가 주관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 추진협의회’ 2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부산북항재개발사업 사례 발표와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8부두 상상플랫폼사업 추진상황을 공유했다.

또한 해수부가 주관한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 제3자 제안공모’ 결과 인천항만공사가 단독 응모해 7월 중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것임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격으로 참여한 한 위원은 인천시의 이러한 검토사항을 공개하며 회의에 참석한 해수부 항만국장에게 ‘인천시와 적극적인 협의’를 요청했다. 해수부 항만국장은 ‘인천시의 고민에 공감하며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에 해수부는 내항 옛 제2국제여객터미널 용지를 육상항만구역에서 해제하고 변경 고시했다. 1·8부두 재개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수년 동안 비어 있던 터미널용지를 임대해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만일 사실이라면 무척 실망이다.

그동안 인천시와 시민사회단체는 1·8부두 재개발이전에 우선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해수부와 인천항만공사는 아직도 부두 기능을 하고 있고, 내항부두운영사와 임대차계약이 남아있다는 핑계를 대며 우선 개방을 기피했다.

1·8부두를 개방하면서 창고구역 빼고, 보안구역 빼고, 여객터미널은 영리적으로 임대하고 나면 반쪽 개방밖에 안 된다. 말이 친수공간이지 현실은 보안 철책에 가로막혀 물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할 게 뻔하다. 해수부는 친수문화공간으로 인천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당초 목적대로 1·8부두를 부분 개방이 아닌 전면 개방해야 한다.

때마침 타산지석 같은 기쁜 소식이 있다. 부분적이지만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 제569호로 지정된 옛 세관창고 터가 세관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해 시민에게 개방됐다. 옛 세관창고는 100년 넘게 인천항 개항과 근대 세관 행정의 역사를 보여주는 항만 유산이다.

여기다 백범 김구 광장과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상상플랫폼이 다양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개관한다면 1·8부두는 월미도에 이어 인천시민은 물론 인천 방문객의 사랑을 받는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해수부에 요청한다. 해수부는 인천시가 제안하는 임대차 방안을 적극 검토해 협의하길 바란다. 더 이상 행정 낭비를 멈추고 새 방식으로 1·8부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수부의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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