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이진숙 민주노총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이미 여러 차례 다뤘던 주제인데 이번 칼럼도 인천시 노동정책 얘기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로부터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동정책이 10여 년 시간을 거치며 많은 지역으로 확대됐다.

노동정책 시행을 위한 조례가 전국 17개 특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전북·경북을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제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담부서 설치와 정책 수립, 사업수행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각 지자제의 노동정책은 정책 영역과 대상(조례의 종류), 전담부서와 예산 규모, 정책 시행 정도 등 여러 면에서 편차가 크다. 선발 지역인 서울·경기는 노동정책 ‘양호’ 지역으로 평가된다.

기본 구색은 갖췄으나 여전히 여러 면에서 부족한 광주·충남·경남·부산·인천·울산 등이 ‘미흡’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 밖에 제주·강원·대구·경북 등은 노동정책의 기본 토대조차 갖춰지지 않아 ‘매우 미흡’으로 평가된다.

인천은 ‘미흡’ 지역 가운데서 하위권이다. 2019년 7월 조례 제정 직후 전담부서가 만들진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2020년 한해는 ‘노동정책 기본계획 연구용역’ 진행으로 실질적인 사업추진은 그후로 다 미뤄졌다.

노동정책 시행 경험이 없는 지자체들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 노동시장의 특성을 분석하고 노동정책의 방향과 정책과제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 것도 시간이 좀 소요되더라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문제는 올해 2021년이다.

2020년 진행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향후 5년 간 인천시 노동정책의 좌표와 정책 과제를 수립해야 하는 ‘인천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이 지난 4월 확정됐다. 의견 수렴은 ‘근로자권익보호위원회’ 차원의 형식적인 토론회 한번이 전부였다.

다양한 노동단체·노동자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기본계획을 확정한 타 지자체들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렇게 확정된 기본계획에는 연구용역에서 제안된 많은 정책과제들이 예산과 사용자 단체의 반대 등을 이유로 심각하게 축소·변형됐다.

기본계획 확정 이후의 정책 시행 계획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천시는 2020년 연구용역 사업에 타지자체에 비해 많은 예산을 사용했다. 그런 만큼 인천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실태조사 등 다양한 연구조사도 여기에 담겼다.

그런데 인천시 노동정책과가 또 예산을 들여 타지자체의 정책 시행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신설된 지 2년 된 노동정책과는 조직개편 과정이 있었다.

인천보다 반년여 앞서 노동정책 시행준비를 시작한 부산시는 지난해 여름 노동권익센터가 설립되는 등 정책 시행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인천은 조례 제정 이후 2년이 넘게 제자리 걸음이다.

물론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노동정책에 대한 인천시의 의지와 방향성이 불분명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수도권으로 묶여 있는 서울·경기의 눈치를 보며 마지 못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제 조직개편이 끝났으니,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인천시에 주문한다. 지자체 노동정책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규율·조정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중앙정부의 노동정책·행정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노동조합 바깥의 노동자,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된 영세사업장, 취약노동자, 새롭게 확대 중인 플랫폼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사용자 단체의 눈치를 볼 이유도, 필요도 없다.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오랜 시간 이 노동자들의 곁에서 활동한 노동단체들과의 충분한 소통에서 시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