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누구나 성실히 노력하면 목동에서 경쟁하고 하버드대학교에 갈 수 있을까? “몇몇 사람들은 3루 베이스에서 태어나놓고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라는 사회적 특권(Social Privilege)에 대한 유명한 말(배리 스위쳐)이 있다.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한 차별금지 항목 중 ‘학력’을 빼자는 의견을 냈다. “학력은 성, 나이, 국적 등과 같이 통상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져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하며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취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학력이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개인의 노력에 달린 것처럼 사고하게 만들어 사회를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게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교육은 없어지고 서열화 된 대학교와 입시 밖에 남지 않은 공교육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교육부의 의견은 그들의 생각이 너무나 투명하게 드러나서 더 충격적이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부끄러워하거나 최소한 개선해야 한다는 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능력주의’라고 하는데 사실 능력주의도 아닌 시험주의가 되고 있다. 과도하게 난해한 영어지문, 무엇을 평가하는지 알 수 없는 인적성 테스트 등 실제 그 사람이 해야 할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며, 줄세우기를 통한 손쉬운 선택에 목적을 두고 것이 오늘날의 시험이다.

인간의 노동을 비용이자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좋은 직장’은 손에 꼽으며, 이로 인해 좋은 직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린다. 많은 사람들은 오직 시험만을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시험을 친 사람만이 ‘승자’가 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시험의 결과가 곧 ‘공정’이라고 여기게 된다. 생존을 위해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스템 내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스템을 변화시키자는 요구를 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쟁과 시험이 곧 공정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인식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준석과 교육부는 동일하게 ‘차별하는 공정한 사회’를 주장하며 이것이 합리적이라는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다. 우선 이준석의 ‘공정’담론은 공정이 아니다. 애초 태어날 때부터 랜덤하게 주어진 전혀 평등하지 않은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과도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서, ‘목동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공정한 경쟁’을 그리워하는 이준석의 공정담론을 ‘공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위험하다.

수능 점수, 대학교 학점, 공무원 시험 합격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모의 경제력’이다. 한날 한시에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친다고 해서 공정한 게 아니다. 더구나 공정은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개념으로, 판단을 하는 기준이 약자를 향하는 것이 아닌 ‘권력’이 되서는 평등과 맞닿기 어렵다.

교육부의 ‘합리적인 차별 요소’ 발언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차별의 조건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교육부는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최종적으로 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 곳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해야할 역할을 성찰하지 못하며 정반대의 발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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