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청년광장 회원
이정은 청년광장 회원

인천투데이│지난 5월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사람은 지난해 11월에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자리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아 이를 공론화했던 김 씨였다.

김 씨는 해당 청원에서 만 25년 인생의 대부분을 기득권으로 살아왔으나 면접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며, 모든 권력은 상대적이기에 언제든 약자, 즉 배척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권리가 지켜질 수 있게 지금 당장 국회가 응답해야한다며 청원 제안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가 청원을 올리자 ‘평범’한 삶을 빼앗긴 사람들, 누구나 보통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김 씨의 청원에 응답했고, 20일 만에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로 회부됐다. 국회로 회부된 이번 청원은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있게 때문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함께 심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의 입법 권고로 처음 발의된 이후 14년 간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일부 보수 개신교 교단의 격렬한 반대와 이들을 의식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정치권이 바로 그 이유이다. 2017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후보 토론회에서는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의 변명처럼 정말로 우리 사회는 아직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까?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에 찬성했다. 또, 10명 중 7명이 넘게 성소수자도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국내 주요 도시에선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고 있으며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는 성소수자 사회적 편견이 강했던 20년 전부터 시민들은 소수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해왔다는 증거이며, ‘차별을 금지하라’는 당연한 이 명제에 합의하지 못하는 건 국회 뿐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회의 논의를 기다리는 차별금지법에는 성별·장애·나이·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 23개 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저렇게까지 많은 항목을 정해야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내 일상만 돌아봐도 차별을 ‘차별’이라 규정할 수 없어 ‘나 혼자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당했던 많은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순간마다 “그건 차별이예요”라고 말했을 때, “왜 이게 차별이냐”는 질문에 홀로 맞서야 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혐오와 차별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오늘날, 차별금지법에 규정된 23개의 항목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어떤 부분에선 차별받고, 또 어떤 부분에선 차별하며 살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내가 받는 차별, 내가 하는 차별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차별받는 모든 이들이 “왜 이게 차별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함께 맞서 줄 ‘내 편’이 돼줄 것이다.

아주 오래 된 우리의 믿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이 동화 속 교훈이 아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동그라미 모습을 가진 나도, 세모의 모습을 가진 너도, 네모의 모습을 가진 저 사람도 모두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더 이상 차별과 혐오로 눈물 흘리고 삶을 멈추는 사람들이 없게 국회가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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