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윤홍식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윤홍식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투데이│우리가 직면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난 40년 보다 더 혹독한 시련의 시대가 될 것 같다. 낡은 것은 생명을 다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그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을 보면서 우리는 어렴풋하게 새로운 전환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기본소득 논쟁을 보면서 그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기본소득 논쟁이 시작되면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기존의 담론과 경로를 수호하는 사람처럼 비춰지는 낯선 현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곳곳에서 새로운 논쟁들이 시작되고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제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주의가 세계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되면서 보수주의자들조차 케인스주의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실제로 닉슨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대규모 부양정책을 시행했다. 닉슨의 이야기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가능성의 한계’ 내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결정론이나 구조주의에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주어진 시대의 조건이라는 틀 내에서 살 수밖에 없지만, 그 틀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며, 때로는 그 선택이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기후·환경 등과 같은 지리적 조건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난 40년 간 경제와 사회정책을 옭아매던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균형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담론이 그 유용성을 다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에 직면해 G20 국가들이 취했던 확장적 재정정책은 세계 자본주의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중요한 동인이었다. 그러나 2010년 토론토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정상들은 돌연 긴축을 선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10년 간 긴 침체와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현실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를 침체와 불평등으로 이끌었던 그 신자유주의라는 프레임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해 생명을 다한 것 같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에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의 연례회동에서 지난 40년 간 국가의 역할을 제약하고 국가의 힘을 분산시키는 신자유주의를 강요했던 그 IMF와 세계은행이 긴축의 폐기를 실질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초만 해도 이런 주장을 하면 여러 사람들이 근거가 없다고 수긍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제 현실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어떤 세상을 만들지는 알 수 없다. 이 전환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장을 갈망하는 주류의 불가피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풀기에는 우리가 익숙한 개념과 도구는 너무 낡았고 새로운 개념과 도구는 여의치 않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규정했던 한 시대가 저물고 다른 시대가 열리는 여명의 시대에 서있다.

이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히 여겨오던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지난 40년 간 우리 모두는 신자유주의자였으니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신자유주의 프레임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근로의무와 연계된 사회정책,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복지국가를 약화시켰던 신자유주의적 분권 등 당연시 여겼던 수많은 것을 다시 고민하고 재규정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식에 기초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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