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사람] 전래놀이 강사 서다숙씨

“공자ㆍ맹자ㆍ노자 위에 뭐가 있는 줄 아세요?”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바로 ‘놀자’에요” 이렇게 말하고는 환하게 웃는 서다숙(45ㆍ삼산동ㆍ사진) 전래놀이 강사. 그는 지역아동센터나 어린이도서관, 방과후학교 등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가르친다.

전래놀이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놀이를 총칭한다. 사방치기ㆍ공기놀이ㆍ말뚝박기ㆍ고무줄놀이ㆍ딱지치기 등이 모두 전래놀이에 속한다. 전래놀이 강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영유아부터 학생, 직장인 등 원하는 집단에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전래놀이를 직접 해보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이런 놀이를 하며 자란 어른 중에는 ‘다 아는 걸 왜 굳이 가르치나’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를 전해줄 이가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놀이는 혼자 하면 재미없어… 겉도는 아이에겐 놀이가 제격

▲ 전래놀이 강사 서다숙씨.
서씨는 처음엔 텃밭 강사였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아이에게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연이 가르쳐 주는 게 참 많잖아요. 풀이나 나무가 하루하루 변해가는 것을 아이가 모르고 지나치는 게 아쉬웠어요” 텃밭 강의를 듣고 수업을 하다 보니 생태에도 관심이 생겼다.

인천녹색연합에서 생태수업을 듣고 이번엔 생태 강사로 나섰다. 아이들에게 생태수업을 하다 보니 무리에서 겉도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 아이들과 어떻게 함께 수업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그에게 바로 어린 시절 즐겨하던 ‘놀이’가 떠올랐다.

“놀이는 혼자 하면 재미없어요. 한두 사람 빠져도 그렇고요. 다 함께 놀 때가 정말 재미있잖아요” 마침 함께 생태교육을 하던 이가 서울에서 전래놀이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그도 같은 과정을 거쳐 2010년에 전래놀이 강사가 됐다.

아이들에게 어떤 놀이를 주로 가르치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린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는 것. “아이들 나이ㆍ장소ㆍ인원 수ㆍ시간에 따라서 다양한 놀이를 해요. 그리고 그때그때 아이들이 재밌어 하는 것을 해요”

그가 몇 가지 놀이를 예로 든다. 아이들을 마주보게 앉혀 놓고 하는 다리세기 놀이.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노래에 맞춰 다리를 짚어나가다가 노래가 끝났을 때 걸리는 사람이 왕이 되는, 규칙도 아주 단순하다. 생각해보니 노래는 다르지만, 어렸을 때 언니ㆍ동생과 방에서 수도 없이 했던 놀이다. “4~5세 정도 아이들은 이렇게 단순한 놀이에도 두근두근해 하면서 즐거워해요. 조금 큰 아이들은 신발뺏기 놀이를 좋아해요”

놀이방법 단순해도 설명하긴 어려워… 일단 해보면 누구나 이해해


신발뺏기 놀이를 할 때는 술래 한 명을 정하고 나머지 인원은 신발을 한 짝씩 벗는다. 벗은 신발을 술래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놓고, 각자 자기 신발을 집어오는 놀이이다. 신발을 집다가 술래에게 잡히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된다. 자기 신발을 찾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신발도 찾아줄 수 있다. 단, 신발을 벗은 발은 땅에 닿으면 안 된다.

그는 고누놀이도 소개했다. 선을 그려 하는 놀이인데 간단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하는 설명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가 “직접 해보면 안다”며 즉석에서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접어 ‘말’도 만들었다. 놀이를 시작하자마자 놀이 방법이 이해됐다.

“놀이 방법은 단순해도 말로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직접 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사실 어린 시절에 누가 특별히 놀이를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언니나 형들이 하는 걸 옆에서 보고 익혔거든요. 직접 놀이를 하면 본 것과는 또 다른 걸 배우고요”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 무궁무진… 장난감 대신 놀 시간을 줘야


그는 할 수 있는 놀이도 많지만, 놀이를 통해 얻는 것이야말로 셀 수 없다고 했다. 놀이를 하면 신체가 골고루 발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법을 통해 자기 조절능력과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배운다. 편을 나눠 하는 놀이에선 협동심을, 나이가 어리거나 놀이에 미숙한 이에 대해선 배려하는 마음을 익힌다. 이기고 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는 법과 상대를 존중하는 법도 배운다. 놀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법, ‘나’가 아닌 ‘우리’를 배운다는 것.

그는 친구 얼굴만 보면 놀 궁리부터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학원 가느라 바빠요. 친구랑 같이 있고 싶어서 친구와 같은 학원을 다닐 정도에요.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면서 ‘놀아라’ 하면 어떻게 놀아야할지 방법을 모르더군요”

그는 “벽장 가득 장난감이 쌓여 있어도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친구들과 부딪히며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죠. 요즘 학교에선 교과서로 놀이를 배워요. 심지어 놀이 방법을 묻는 학교 시험문제도 있어요. 그냥 놀면 그것으로 끝이지 그게 왜 시험에까지 나와야 하는지…”라며 놀이조차 학업의 한 요소가 된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그는 어른들에게 당부했다. “우리 어린 시절 놀이를 보면 결과가 없어요. 사방치기에 결과가 있나요? 벌칙도 없었어요. 그래도 땀 뻘뻘 흘리며 해가 저물도록 놀았어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놀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놀기만 잘 하고 공부는 못 한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배우는 중이니까요”

[놀이 방법이 담긴 책]
ㆍ 전래놀이 101가지 | 이상호 지음, 박향미 그림 | 사계절
ㆍ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놀이 백 가지 | 이철수 | 현암사
ㆍ 빛나는 우리 문화유산 8. 우리 놀이편 | 장수하늘소 지음 | 배동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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