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주는 산을 위해, 쓰레기 줍는 활동 시작”
6년 간 빠짐없이 모인 이유···“감동주는 산악회 덕분”

인천투데이=이형우 기자│“산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주는데 우리는 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산을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일까”

산을 찾지만 항상 산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자주 찾는 산을 6년 동안 꾸준히 청소한 이들이 있다. 바로 울타리산악회 산하 소모임인 ‘아름’ 회원들이다.

울타리산악회는 2013년 6월 ‘산을 좋아하는 좋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기조로 인천시민 35명 회원으로 출발해 한 때 100명이 넘기도 했다. 아름 회원은 현재 20여명 정도 된다.

산악회 회원들은 2015년 12월 정기총회에서 산을 위해 쓰레기를 줍기로 결정했다. 뜻을 모은 회원들이 소모임 이름을 ‘아름다운 산행’을 줄인 ‘아름’으로 짓고 2016년 1월부터 인천 문학산을 오르며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아름은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오후 1시 미추홀구 학익동 소재 백학초등학교 뒤편 문학산 들머리에 모인다. 회원들은 2~4명씩 모둠을 나눠 등산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 모둠별로 재활용 쓰레기봉지 한장과 일반 쓰레기 봉투 한장을 들고 활동한다.

꾸준히 아름 활동을 해온 오왕규 울타리산악회 총무를 만났다. 그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산을 보며 뿌듯하다”며 활동을 소개했다.

“산을 위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아름 회원 사진.
아름 회원들의 사진.

회원들은 문학산 정상에 모여 주은 일반 쓰레기를 50L 종량제 봉투에 담았다. 처음에는 봉투를 꽉 채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이 줄었다. 산에 쓰레기가 적어지는 모습을 보며 시민의식도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아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이면 무조건 모였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으나 10명 이상의 회원들이 꼭 모였다. 안전하게 산을 오르기 힘든 날씨에는 모여서 산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보통 물·음료수 병을 많이 수거했지만 간혹 가정용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다. 한 번은 산에 버려진 전기장판을 수거하며 회원들이 모두 크게 실망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줍고 있으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시민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했다. 또 개별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사람도 하나 둘 생겨났다.

아름 회원들은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실천할 것을 서로 약속하고 있다.

‘아름’이 지속 가능한 이유, 감동 주는 울타리산악회

울타리산악회 회원들 모습.
울타리산악회 회원들 모습.

아름이 6년 동안 문학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꾸준히 주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산악회에 있다. 울타리산악회는 회원들 간 끈끈한 정과 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산악회가 초기 산행을 갈 당시엔 다양한 회원들이 있었다. 버스에서 음주가무를 하려거나 등산은 안하고 술만 찾는 등 유별난 회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산악회라 점점 그런 회원들은 떠나고 정말 산을 사랑하는 사람만 남았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산악회 간부들의 노력이 컸다. 간부들은 매년 시산제(해마다 새해가 시작될 무렵 산악인들이 산을 지키고 보호하는 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할 때 회원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상을 회원들에게 줬다. ‘미녀삼총사상’ ‘휴언제가나울타리상’ ‘언제나상’ 등이 회원 개개인의 사연이 반영된 상 이름이다.

아름 회원들이 문학삭 쓰레기를 모은 모습.
아름 회원들이 문학삭 쓰레기를 모은 모습.

시산제 축문을 작성할 때 간단하게 써도 되지만 한지에 회원 이름과 각 회원들의 소원을 함께 쓰기도 한다. 회원들에게 일일이 소원을 물어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회원들에게 필요했던 내용 또는 감동받을 만한 내용을 작성한다.

내가 필요한 것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다. 울타리산악회는 회원 한명 한명을 이렇게 챙겼다. 현재는 회원이 너무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당시 회원들 반응은 뜨거웠다.

회원들 끈끈한 관계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경우도 있다. 첫 방문에 이런 산악회가 있냐며 혀를 찼던 한 회원은 울타리산악회 매력에 빠져 결국 산악회 회장까지 맡았다. 산악회를 못마땅해하던 한 회원의 배우자는 더 성실히 산악회 활동을 한다.

회원들은 서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산을 오를 때 가장 빠른 사람과 가장 느린 사람이 2시간 이상 차이가 난 적도 있다. 처음에 빠르게 오르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등산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며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함께하는 것이 우선인 회원들은 산행 뿐 아니라 다른 활동도 함께 했다. 산악회 회원들이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하기도 하고 탁구 강습을 받아 서로 경기를 하기도 했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으로 울타리산악회도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족같이 지내던 회원들은 산을 다같이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오왕규 총무는 무엇보다 현재 회원들과 오래 인연을 이어가길 원했다. 오 총무는 “새로운 회원을 받아 산악회를 확장하는 것보다 지금 회원들과 함께 쭉 오래가길 원한다”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울타리산악회 회원들 모습.
울타리산악회 회원들 모습.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