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자국 우선의 국가시스템과 철저한 시장시스템은 학살 수준의 백신 불평등을 외면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나 차별받는 단위는 백신 접종에서 배제되며 지옥과 같은 수렁에 빠졌다.

위기 상황에서 학살 수준으로 극대화된 전 지구적인 불평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국가와 시장 중심의 시스템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로 자정능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의 시스템은 변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전 세계 백신 생산량의 약 4분의 1 정도를 생산하면서도 백신 원료와 백신의 수출을 막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백신이 남아돈다. 반면 다수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도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백신접종을 한 시민들이 마스크 없이 대규모 야외콘서트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됐지만 비슷한 시기 인도는 코로나19로 하루 확진자만 40만 명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의료체계는 이미 붕괴된 상황에서 진료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거리에서 죽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화장장의 계속된 열기에 굴뚝은 녹아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제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집단면역’을 이뤘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군사점령한 팔레스타인에는 백신공급을 막고 철저히 외면하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팔레스타인의 백신접종률은 2%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기 이상 이어진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과 경제 봉쇄로 팔레스타인의 의료 시스템은 이미 마비된 상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되며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백신 불평등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시켜주는 현상이다. 배제적인 방식의 자국 우선 국가시스템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제약사 독점권을 인정하며 백신 생산과 사용을 제약하며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인도를 비롯한 57개국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백신 특허권의 일시적 유예를 요청했지만 일부 부유국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했다. 한국의 국회에도 이와 관련한 결의안이 발의됐지만 그 뿐이다. 부유국과 자본가에 의한 현재의 방역 대응방식을 고수한다면 이는 경제력에 따른 차별과 구조적 억압에 의한 학살과 다름없다.

코로나19는 계속해 약자를 대하는 방식의 자본주의시스템과 국가시스템의 잔혹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집단면역을 불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의 한계는 결국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적인 팬데믹(대창궐) 상황은 다함께 탈출해야 끝이 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자국민 중심적이고 자본 중심적인 지금의 방식을 지속하며 위험을 자초한다면, 이 위기상황은 끝나기 어려워보인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인류의 멸종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를 이미 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전환, 대변혁을 만들 방안을 찾고 강력하게 요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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