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회 새얼아침대화 장준영 교수 강연
“쿠데타 본질은 군부의 이권 독점 욕심”
“민주정권 회복 시 아웅산 수치 물러나야”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국가 고문인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하 NLD)이 지난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불복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는 지난 12일 오전 제410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우리는 왜 미얀마를 주목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미국의 패권 약화와 중국의 도전이 시작되며 미얀마 쿠데타 사태는 미중 패권경쟁의 축소판처럼 흘러가고 있다”고 미얀마 쿠데타를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얀마 군부 연구로 한국외대에서 박사학위를 2009년 취득했다. 저서로는 ‘꿩 먹고 알먹는 미얀마어 첫걸음’, ‘미얀마의 정치경제와 개혁개방 : 성과와 과제’, ‘하프와 공작새 : 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 등이 있다. 현재 인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래는 장 교수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편집자 주>. 

장준영 교수.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장준영 교수.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미국 ‘쿼드’와 중국 ‘일대일로’ 싸움에 미얀마 중요”

쿼드(Quad)는 4자 안보 대화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진행하는 정기적 정상 회담을 칭하는 말이다.

초기엔 외교장관급 회담이었지만,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장 교수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패권 축소 전략을 내세웠다. 트럼프 정부가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내세운 이유도 미국의 패권이 축소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라며 “미국의 패권 약화를 인정하면서도 반대급부로 외교안보정책 비용을 동맹국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중 하나가 쿼드이고, 중국 견제가 목표다. 일본, 인도, 호주 등과 함께 태평양과 인도양 등에서 해상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인도양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내륙의 기존 실크로드와 해상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잇는 벨트를 말한다.

기존 실크로드에 더해 중국은 인도양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의 원유, 아프리카의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은 진주목걸이 전략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미얀마·스리랑카·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중요 지점에 새 항구를 짓거나 기존 항구를 현대화하는 것이다”며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고 하지만 중요한 정보나 첩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략의 핵심은 인도를 봉쇄하는 것이다. 인도를 봉쇄한다는 것은 인도양을 중국이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일대일로의 시작점이 미얀마인 셈이다”라고 부연했다.

장준영 교수.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미얀마 군부, 선거 부정은 명분일 뿐”

지난 2월 1일 미얀마 연방의회가 개원하는 날에 맞춰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연방의회를 장악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의 명분은 직전 미얀마 총선에서 부정선거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2017년 총선에서도 크게 패한 뒤 절치부심했고, 이번 총선에서도 패하자 결국 쿠데타를 일으켰다.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군부의 핵심이다.

장 교수는 “선거부정은 명분일 뿐이다. 군부를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의 개인 욕심에 의해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유력한 정설이다”며 “민 아웅 흘라잉은 러시아 방문 당시 인터뷰에서 ‘나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얀마 군부는 국가 안보 외에도 방송국, 은행 등 경제권과 각종 이권을 장악하고 있다. 학교, 골프장, 병원 등 군부와 군부의 가족만을 위한 시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 아웅 흘라잉의 가족들은 미얀마 군부 이권의 많은 부분에 개입돼있다. 민 아웅 흘라잉은 오는 7월 퇴진 후 이권을 놓칠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미얀마가 핵심국가로 각광을 받고 있어 중국이 쿠데타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미국의 외교 전략에서도 미얀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장 교수는 “미얀마 군부는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극단적으로 중국이 미얀마 군부 지지를 거둬 들이면 군부는 얼마든지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 한 뒤 “미국이 미얀마에 가하는 경제 재제가 강해질 수록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편에 설 것이다. 한 국가가 지니는 지정학적 위치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국제연합(UN)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 이후 성명서만 4차례 발표한 게 전부다.

장 교수는 “UN이 세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미얀마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우회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남아시아국가 연합(아세안)도 미얀마 사태 해결을 할 능력이 없다. 지난 4월 24일 지도자 회담을 실시해 5대 합의안을 발표했지만, 합의안을 어겼을 경우 재제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 아웅 흘라잉이 이 지도자 회담에 참석했고, 합의안은 만드는 중에도 미얀마 내에서는 많은 민중이 학살당했다”고 한 뒤 “합의 직후에 민 아웅 흘라잉은 합의를 뒤집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
미얀마 군부.

“아웅 산 수치, 구체제 유산으로 퇴진해야”

지난 4월 16일 미얀마 내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했다. 이 조직의 최고 지도자는 ‘아웅 산 수치’다.

이들은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연방군을 구성해 군부와 무력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소수민족은 아웅 산 수치 정부 하에서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회복할 경우 기존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아웅 산 수치를 필두로 하는 정부는 구체제 유산으로 모두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부와 대적할 연방군 창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군부는 50만 명인데 반해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7만 여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수민족은 자치권을 보장을 주장하며, 소수민족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독점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 뒤 “연방군 창설이 좋은 대안처럼 보이지만 성공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아웅 산 수치는 노벨평화상, 한국 5.18 인권상 등을 수상해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아웅 산 수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장 교수는 “아웅 산 수치가 정부를 운영할 때 정치력 등에 많은 문제제기를 받았다”며 “미얀마 내 소수민족을 향해 군부가 자행한 대량학살 당시 아웅 산 수치는 군부를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웅 산 수치는 소수민족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하며, 국제사회가 아웅 산 수치에 대한 재평가에 불을 붙였다”며 “아웅 산 수치를 필두로 하는 국민통합정부가 소수민족과 협상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과거 사회주의를 겪으며 많은 부분을 공공이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 기능 마비를 목표로 시민불복종운동(CDM)을 전개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성인이 되자마자 민간정부를 만난 세대를 MZ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SNS를 통해 국제사회에 미얀마 실상을 알리고 있다.

장 교수는 “CDM의 경우 초기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4월부터 동력을 상실했다”며 “군부는 5월부터 강제 해고, 강제 퇴학 등 조치를 취하며 CDM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MZ세대의 호소가 국제사회에서는 먹히고 있으나, CDM과 연대 부족한 점이 가장 약점으로 꼽힌다”며 “국제사회 질서 등을 고려했을 때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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