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ㅣ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 나는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바르게 행동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아버지가 안계시다는 이유로 어떤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니고 차별하는 친구들도 없었는데 4학년인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마 정상가족이 아닌 가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에 내게도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학년이 바뀌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아버지 돌아가신 것을 말할지 말지 고민에 빠지곤 했다. 불쌍하게 보이는 것도 싫었고 친구에게 감추는 것도 친구를 속이는 것 같은 그 어딘가에서 내 마음이 헤매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두 자녀도 기르며 ‘정상가족’의 범주 안에 들어와서 사회적으로 따가운 눈총도 받지 않고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가족형태를 꾸려서 이슈가 된 연예인 사유리는 내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스로 선택한 비혼·한부모가족이라니.

‘정상가족’ 중심사회에서 자라고 성장해온 나에게 임신·출산·양육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낯설고 외국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현실적인 신선한 충격이었다. 배우자가 있어야만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곰곰이 하게 했다.

요즘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린 그림책을 가지고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곤 한다. 학생들은 그림책을 읽고 재혼가정, 다문화 가정, 입양가정, 조손가정 등을 이야기함에 낯설어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편하게 이야기 하게 하는데 솔직한 가족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는 친구들도 편견없이 담백하게 듣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재혼가족, 한부모가족, 입양가족, 조부모가족, 일인가족, 동성가족 등. 그런데 우리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특수한 경우라 칭하고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민법상 가족의 정의는 배우자, 직계혈족 또흔 형제자매로 돼있고 우리사회의 가족의 인정은 혼인·혈연·입양 중심이다. 그러나 실재하는 우리사회는 혼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의 개념은 1948년 유엔세계인권선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종차별이며, 흑인과 백인의 결혼금지 자체가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적인 조항임을 문제시하며 출현했다. 지금 돌아보면 마땅한 가족구성권리들이 그 당시는 선언을 해서 차별임을 알려야했던 일이었다.

다양한 가족, 가족구성권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돼야할 권리이며, 가족상황으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떠한 생활공동체라 하더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4월 27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과제는 ‘모든 가족과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족의 개인화·다양화·계층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지금, 모든 가족과 구성원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고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책이 만들어진 것을 환영하며 2025년까지 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향후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국회도 역할을 다해야하고 그래야만 모든 가족을 위한 보편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어떠한 형태의 가족으로 살더라도 일상이 보장되는 안전망이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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