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성악가 베이스 이연성
러시아 2차세계대전 승전기념 무대에 동양인 중 유일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러시아에선 매년 5월이면,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75주년이다. 이번 행사에 동양인 중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인물이이 있다. 인천의 이연성(52, 베이스) 성악가이다.

러시아는 1945년 5월 9일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리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승전기념일 행사는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각국 정상과 음악가 100여 명을 초청한다.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이연성 씨가 지난 4일 모스크바 ‘승전 기념 공원’ 광장 무대에 올라 모래시계 OST로 유명한 '백학’을 불렀다. 또한 마지막 무대에서 모든 출연자가 나와 러시아 민요 ‘칼린카’를 부를 때 한복을 입고 노래했다.

이연성 씨는 현재 부평문화재단 이사이자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음악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아래는 이연성씨와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편집자 주>

이연성 씨
이연성 씨

이연성 씨는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태어나 동구 송림초등학교,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신학대학교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한 그가 러시아 음악에 눈을 뜨게 된 건 1988년이다. 이 씨는 우연히 신포동 지하상가 ‘지성’이라는 레코드 가게에서 러시아 민요 ‘스텐 카라진’을 듣게됐다.

이 씨는 “아버지가 송현동에서 정육점을 했다. 러시아 유학 기간을 제외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인천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은 대학교에 가서 시작했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교회에서 음악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텐 카라진’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9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러시아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연히 자주 가는 레코드 가게에서 러시아 민요 ‘스텐 카라진’을 들었다. 그때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서 이연성 씨가 러시아 국민 애창곡 ‘그대를 사랑했소’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 이연성 씨)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서 이연성 씨가 러시아 국민 애창곡 ‘그대를 사랑했소’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 이연성 씨)

이 씨는 “러시아 음악에 점점 빠져들어 러시아 유학을 결심했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부모님이 반대했다. 아는 은사가 대학 입학금을 지원해 유학길에 오를 수 있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러시아에 유학 가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내가 러시아 유학 1세대였다. 러시아어도 못하고 사고방식이 아예 달라 막막했다. 그래도 러시아어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이 악물고 버텼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콩쿠르 대회를 나갔다. 다수의 콩쿠르 대회에서 수상한 그는 동양인 최초로 모스크바 스타니슬라브스키 오페라 극장 단원으로 들어갔다.

오페라 극장 단원으로 들어간 당시 그의 월급은 20만 원 정도였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묵묵히 일했고 1998년 Y2K(세기말 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 공포로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던 시기에도 그는 꿋꿋이 남았다.

그는 “한국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했다가 정착하게 됐다. 러시아를 오가며 활동했는데 러시아 문화예술을 한국에 알린 공로로 2014년에 러시아 외무부 장관 훈장을 받게됐다”며 “유학 갈 때만 해도 러시아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거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에서 이연성 씨가 러시아 대표 민요 중 하나인 ‘검은 눈동자’를 노래했다.(사진제공 이연성 씨)
지난해 열린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에서 이연성 씨가 러시아 대표 민요 중 하나인 ‘검은 눈동자’를 노래했다.(사진제공 이연성 씨)

이 씨는 "인천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음악회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고, 인천 출신 청년들이 타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며 하나 둘 인천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에 음악인들이 대학교를 나오고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한다"며 "부평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지만 지원만 받고 인천에 정착하는 청년들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을 모아 올해 ‘솔트 인 챔버’라는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솔트 인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은 현악기 8명, 목관악기 3명, 성악가 4명, 피아니스트 1명, 작곡자 1명으로 총 17명이다.

이 씨는 “지금은 코로나19로 오케스트라 활동이 힘들지만, 추후 공고를 해 인천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을 모집할 것이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 더 많아졌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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