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청년광장 회원
이정은 청년광장 회원

인천투데이│최근 서울과 부산의 지자체장 재보궐선거가 끝난 후, 청년들의 정치적 선택을 두고 기성세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젠더문제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또 누군가는 원래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고 다들 한 마디씩 보탠다.

한편에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기대했던 청년들이 인천국제공항 보안직원 정규직 전환과 조국 자녀의 입시비리를 거치며 실망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문재인 정부 취임 당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시작해 2017년의 한 겨울을 광장에서 보냈던 우리에게도 드디어 따뜻한 봄이 온다고 제법 설레었다.

정유라의 ‘능력 없으면 부모를 탓해라. 돈도 실력’이라는 말에 분노했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청년들 스스로가 자조하며 이야기하던 ‘수저계급론’을 없애고, ‘n포세대’를 없앨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평등할거라 했던 기회는 사회적·인적·경제적 자본을 충분히 가진 자들의 것이었고, 공정한 과정은 가진 수저의 차이를 문제 삼지 않았지만, 정당한 경쟁으로 얻어진 결과는 ‘정의롭다’는 명예까지 가져갔다.

조국 전 장관이 자녀의 입시비리와 관련해 ‘불법적인 일은 없었다’라고 못 박을 수 있던 것이 바로 이 이유이다. 우리 사회의 경쟁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는 룰, 법과 원칙은 ‘능력의 차이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청년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나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음과 동시에 노력이 저만큼의 보상을 받을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현실이 너무 힘들지만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틴다. 그런데 이마저 사라져버리는 순간, 청년들에게 남는 건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박탈감의 늪이라 생각하면 청년들의 분노가 마냥 이기적이라고 욕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의 말에 그토록 분노하며 ‘이게 나라냐’ 물었던 나는 본인의 능력과 실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 이 피 말리는 ‘경쟁’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개인의 노력만을 실력과 능력으로 볼 것인지, 부모님의 자산과 지원도 나의 실력인건지, 그렇다면 이 경쟁은 정말 공정한 게 맞는지 묻고 싶다.

배경이 능력을 만드는 사회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만 ‘배경으로 만들어진 능력’과 ‘배경 그 자체로서의 능력’은 다르다. 그렇기에 이것은 사회정의의 문제인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생존 문제가 된다.

배경으로 만들어진 능력으로 경쟁을 하면, 불평등은 교묘하게 가려지고 ‘공정’만이 남는다. 가진 배경이 능력이 된 경쟁은 대다수의 청년을 출발선에서부터 무능력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결국 ‘능력’을 기반으로 한 어떤 ‘경쟁’도 절대 공정할 수 없는 건 아닐까.

청년들이 공정에 대해 분노한다는 뉴스가 연일 나온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하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이 정말 공정이 맞을까. 삶의 척박함, 생존의 절실함, 미래에 대한 불안함의 표현은 아닐까. 공정이라는 단어 뒤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불평등은 아닐까. 조국 자녀의 입시비리 사태를 바라보며 냉소했던 대다수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걸까. 이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장이 필요하다.

처지에 따라, 조건에 따라 청년들의 목소리는 다 다를 것이다. 전혀 생경한 이야기들이 난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지금의 공정, 불평등,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이다.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해답이라도 ‘논란의 당사자인 청년’이 아닌 ‘문제 해결의 주체인 청년’과 함께 찾아야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공정과 청년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금 더 생산적이고 당사자들의 무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