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김민규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지난 7일 실시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가 57.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선 오 후보가 2030세대 남성들로부터 7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전체 연령 중 최고를 기록했고 많은 사람들은 ‘청년들이 보수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분석은 청년의 보수화보다는 보다는 현 정부를 향한 심판론으로 봐야 한다. 현 정부가 청년조례를 만들기도 하고 코로나19 청년 지원을 하고 있는 등 청년친화정책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도 왜 현 정부를 향한 심판론이라고 했을까.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님을 더 일찍 깨우쳤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들었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입 시관련 ‘공정’ 이슈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과서에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사회에서 부를 축적하는 방식은 ‘투자’였다. 주식과 부동산이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보다 더 많은 양의 부를 축적하게 해줬다. 청년들의 부모세대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이야기해왔다.

KB부동산과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연봉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 서울의 아파트를 사는데 걸리는 시간인 통상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즉 PIR(Price to Income Ratio)는 2017년에는 16년이었지만 2020년에는 26년으로 늘어났다. 20살에 취업해서 결혼과 여가생활 등을 모두 포기하고 저축해도 46세가 돼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청년들의 입장에선 열심히 일 하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주식에 투자한 윗 세대와의 격차가 벌어질 뿐이었다. 때문에 청년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 스마트하게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거나 강요당했다.

사회초년생들이 가진 자본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대는 이미 많은 부를 축적한 윗 세대였으며, 부동산시장은 청년들이 가진 자본으로는 넘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부동산은 넘볼 수 조차 없는 높은 금액의 장기투자가 요구됐고 주식시장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비트코인시장은 청년들이 도전해 볼 수 있어 보였다.

온라인 네트워크로 진행되기때문에 1코인을 0.001코인 등으로 나눠 적은 자본으로도 투자할 수 있었다. 2017년 폭등한 비트코인은 같은 해 11월부터 진행된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논란 이슈를 겪으며 2018년 폭락했다.

어찌보면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청년들의 입장에선 신분 상승의 기회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을 경험했던 청년들은 비트코인시장과 주식시장의 진입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을 일찍 접하게 됐다.

이미 전문가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고군분투를 하는 와중에 LH 투기사태가 터졌다. 투자한 주식가격이 200%로 상승해도 굉장히 성공한 투자였겠지만, LH 투기사태에선 수익률 900%도 가능했다. 확실한 정보를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돈을 잃을 위험조차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들의 표를 쓸어담으며 만들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최순실 딸 최유라의 부정입학 문제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부정입학 논란과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의혹까지 발생했다.

물론, LH 사태와 2.4 주택공급대책, 부동산 규제는 크게 연관성이 없지만 보수 언론들에서는 앞다퉈 큰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처럼 기사를 냈고, 정부의 대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LH 사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에게서도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공약은 없었고 오세훈 후보의 공약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국가혁명당을 제외하면 1%의 투표율도 받지 못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사퇴와 정의당의 선거 불참은 오세훈 후보 외에는 심판의 뜻을 표현할 수 없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신용대출을 하고 부모에게 돈을 빌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하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조차 없는 청년세대의 보다 정확한 의지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진행되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의 표를 받기 위해서는 ‘청년이 보수화됐다’라는 말 그대로 청년을 대상화한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후보가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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