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립 3년차 송재임씨 “자유로운 삶이 너무 행복하다”
자립 4개월차 박주연씨 “두려웠지만 해보니 용기와 자신감 생겨”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41회를 맞이했다. 장애인복지는 장애인 수용 시설 중심에서 탈시설과 자립생활 등 장애인의 자립으로 바뀌는 추세다. 자립 생활을 하고 있는 두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게 자립에 대해 알리고 싶다”

송재임(40)씨는 뇌병변장애인이다. 30여년 이상 시설에서 지내다 2019년 2월 누리장애인자립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자립체험홈에서 자립을 준비했다.

송씨는 1년 3개월 자립체험홈에서 지내며 자립을 준비했다. 2020년 5월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로 이주해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자립생활로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요일별로 수학‧그림그리기‧보치아‧노래 등을 배우러 다닌다.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월미도로 놀러간 송재임씨
월미도로 놀러간 송재임씨

그는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돌봄사 한 명이 장애인 여럿을 살펴야하는 시설 특성상 시설 밖으로 나가긴 어려웠다. 때문에 시설 돌봄사 등과 갈등이 있었다”며 “2015년 경인자립센터가 진행한 단기자립생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자립 생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립 생활을 꿈꾸게 됐다.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었다. 이제는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못가고 있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부연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으로 혼자 생활하는 게 힘들다. 현재 인천시가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가 그의 자립 생활을 돕고있다. 시의 활동지원 서비스는 단순히 활동지원가가 판단해 그의 생활을 돕는 게 아니라, 그의 요구를 확인하고 돕는다.

송씨는 “시설에선 내 요구보단 시설이 정한 운영 기준에 의해 내 생활이 이뤄졌지만, 자립 후 활동지원가가 내 요구를 확인해 도와준다”며 “시장에 가고 여가도 즐기는 생활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또 “여행을 다니는 삶이 나에게도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는데 이게 현실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송재임씨가 직접 그린 그림
송재임씨가 직접 그린 그림

송재임씨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독립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시설 밖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찾아가지 못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직접 찾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자립생활을 준비할 땐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원해 시작했다”며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와서 부딪쳐봐라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기가 원하는 곳은 모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밝았다.

자립체험홈에서 4개월 째 생활하고 있는 박주연씨
자립체험홈에서 4개월 째 생활하고 있는 박주연씨

“처음엔 두려웠지만 해보니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어요”

누리장애인자립센터가 운영하는 자립체험홈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박주연(30)씨는 자립하기 전 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평소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앞서 선뜻 선택하지 못했다.

“우연히 남동구청이 공고한 자립체험홈 모집 공모를 봤어요. 저한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했고, 현재 4개월째 체험홈에서 지내고 있어요”

그는 작년 12월말 체험홈에 입주했다. 체험홈은 최대 2년까지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 2~3명 모여 본격적인 자립 생활에 앞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평소 ‘지금은 부모님과 가족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있지만 나중에 홀로 살게 되면 내가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체험홈 기회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걸 보여준다면 가족들도 조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연금과 자립을 하면서 시작한 재택근무로 받는 급여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재택근무로 매일 오전 9시~12시까지 일산의 한 병원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처음 집에 체험홈으로 나가 살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 반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 부모님과 동생 모두 좋아한고 격려해준다”고 좋아했다.

이어 “현재 체험홈에서 3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 혼자 독립해 나가려고 임대아파트 입주를 신청했다. 다만 임대 보증금 마련이 막막하다. 탈시설 장애인이 아니라 보증금 지원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주연씨는 자립생활을 시작하며 가장 좋은 점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립을 체험하고 준비할 수 있는 체험홈을 마련해준 데 대해 무척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립하고 싶다는 꿈이 체험홈에선 막연한 고민이 아니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고 공간이다. 2년의 시간이 무척 매우 뜻 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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