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세월호 참사가 지난주 7주기를 맞이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카페리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 승선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했고, 현재 9명은 실종상태다.

여전히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책임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7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기록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현숙 감독이 연출한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나 희생자 유가족이 아닌 일반시민 5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는 청와대 근처 카페 사장 박철우, 인권 활동가 정주연, 미역 양식과 멸치 조업을 하는 진도 어민 이옥영, 기록관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이유경, 중학교 교사 조수진 등이 나온다.

영화에는 유가족의 인터뷰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일상을 담담히 얘기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한다.

아래는 18일 주현숙 감독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편집자 주>

'당신의 사월'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주현숙 감독(오른쪽).
'당신의 사월'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주현숙 감독(오른쪽).

"7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주현숙 감독은 세월호 참사 3주기부터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슬픔을 소화할 수 없었는데 3주기에 세월호 참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근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를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담고 싶었다. 그래서 유족이 아닌 일반 시민들로 등장인물을 구성했다”

“등장인물 섭외하는 것이 힘들었다. 대부분 ‘당사자가 아닌데’,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라며 거절했다. 하지만 영화 기획 의도를 차분히 설명하니 촬영에 응해줬다”

“고통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 있기 때문에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다 달랐다. 참사 자체의 충격, 유족이나 생존자를 폄하하는 사람들에 대한 충격, 이 사건이 왜 밝혀지지 않는지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다”

“영화에는 유가족의 인터뷰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당시 사람들은 희생자들이 운명을 달리하던 순간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세월호 침몰 장면은 많은 시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영화 기획의도와 맞지 않아 장면을 넣지 않았다”

“기억은 왜곡된다... 기록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

“전원구조 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그랬겠지’라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그랬다. 안전한 사회라는 사회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전원구조는 오보로 밝혀지고 우리의 신뢰는 무너져 내렸고 7년이 지난 지금도 구축되고 있지 않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사람도 많다. 슬픔은 무뎌지고 기억은 왜곡된다”

“‘또 세월호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잘 기록해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잘 해결될 때까지 나는 세월호 참사를 기록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은 어떤 시선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지 사실 궁금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같이 아파하고, 생각하고 있다며 감사해하셨다. 매시간 이 일을 생각할 수는 없다. 다만, 4월 한 달이라도 생각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영화관에 가기 힘든데 영화를 봐주시러 오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연대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한편, 인천 동구 시민사회단체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행동’ 일환을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동구 사람들’은 18일 동구 송현동 소재 미림극장에서 ‘당신의 사월’ 상영회를 열고 주현숙 감독과 대화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지역 주민 62명이 참석했다. 동구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시민은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기억난다. 7년간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종호 정의당 중동강화옹진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매년 4월 16일에 맞춰 행사를 연다. 올해 행사는 마침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좋은 영화가 있길래 상영회를 기획했다”며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오늘 행사를 계기로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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